르노코리아가 창립 이후 최악의 판매 부진을 겪으며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지만 르노코리아는 수출 마저 부진한 상황이다. 시장에 새로 내놓은 신차가 수년간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는 내년에 나올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며 존재감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1일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회사는 4월 내수 시장에서 1801대를 판매했다.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해 2000년 9월 회사가 공식 출범한 이후 월간 내수 실적이 2000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내수 판매가 5만2621대로 2000년(2만6862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안 좋은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다. 올 1∼4월 누적 판매는 8771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5% 감소했다.
그나마 버텨주던 수출 실적도 올 1∼4월에는 3만362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1% 감소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6개 업체(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타타대우)의 1∼4월 수출 실적은 약 93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하면서 호조를 보이는데 르노코리아만 ‘부진의 늪’에 빠졌다.
부진의 원인은 신차가 없다는 점이다. 르노코리아가 현재 국내에서 생산·판매 중인 승용차인 SM6, XM3, QM6는 중간에 부분 변경이 되긴 했지만 신차로 처음 출시된 것으로 따지면 3∼7년가량 된 모델이다. 지난해에는 기존의 XM3를 하이브리드 모델로 내놓은 ‘XM3 E-테크’가 출시되긴 했지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치고는 다소 비싼 3000만 원대로 가격이 책정돼 흥행 모델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
‘신차 효과’가 없어 가뜩이나 힘든데 지난해 말부터 자동차 수출선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상품 출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수출 호조를 보이는 다른 자동차 기업들이 선점한 영향이 컸다. 5월부터는 차량을 컨테이너선에 태워 보내고 있다. 승용차를 컨테이너에 넣어 판매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막힌 수출 길을 어떻게든 뚫으려는 시도다. 현재 컨테이너선 수출 비중은 10%가량인데 앞으로 이를 늘릴 계획이다.
더불어 국내 개발팀에서는 내년에 나올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7∼12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신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시승 행사 등 고객 경험 접점을 늘려가고 서비스 네트워크 이용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에 출시되는 하이브리브 차량의 공개 시점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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