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난다고 해도 출근은 해야 한다. 지각은 안 된다.”
분단 상황이 이어지는 한반도의 직장인들은 31일 오전 특별한 출근길을 경험했다. 군사분계선 등을 중심으로 언제 무력 충돌이 일어날지 모를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바쁜 일상에 묻혀 그런 부류의 두려움을 느낄 겨를도 없다. 외국에서 한국의 상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이 대목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하면 한반도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에 국내의 지인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안부 메시지를 건네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은 상황이라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안보 위협에 무덤덤해진 것일 수도 있고, 그만큼 단련된 것일 수도 있다.
31일 오전 6시41분께 서울시의 ‘대피 문자’가 시민들에게 전해졌다.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문자.
개인의 장난 문자도 아니고, 지방자치단체가 보내온 경고 문자였다. 이날 문자가 전해진 시각, 오금 방향으로 향하던 서울 지하철 3호선 내부. 홍제역에서 무악재역 방향으로 향하는 지하철 내부의 시민들에게도 서울시의 문자가 전달됐다. 곳곳에서 울리는 문자 알림음. 서 있거나 앉아 있던 시민들은 거의 동시에 휴대폰을 주시했다.
서울 지역의 경계경보 발령과 국민 대피를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일부는 혼잣말로 “이게 뭐지”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누구 하나 자리를 이동하거나 다음 역에 급히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무악재역에는 평소처럼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에 탑승했다.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문자를 받은 시민 중 일부는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뉴스를 확인한 뒤 다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위급 재난 문자는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북한이 발사한다는 우주발사체와 관련한 내용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주발사체 소식을 인지하고 있는 이들은 북한이 언제쯤 이것을 발사할 예정인지에 대해 시기를 알고 있었고, 위급 재난 문자도 이와 관련한 것임을 인지했다.
서울시의 위급 재난 문자가 전달된 시점에도 부족한 잠을 청하는 시민이 있었다. 일상의 피로는 혹시 있을지 모를 전쟁의 공포보다 더 삶을 짓누르고 있는 것일까.
시민들은 오전 7시3분께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내용의 행정안전부 문자를 확인한 뒤,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 전철 내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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