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폴더블폰에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강력한 내수 시장을 활용한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으로 시장 초창기와 비교해 점유율이 반토막났다. 단순 ‘삼성 베끼기’에 그쳤던 이전과 달리, 중국 업체들은 강력한 기술력을 내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은 45% 점유율을 기록했다. 여전히 높은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폴더블폰 시장 초창기인 2020년(90% 육박)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2위는 오포(21%), 3위는 화웨이(15%)였다.
1분기는 폴더블폰의 신제품 출시 효과가 사라지는 비수기다. 하지만 연간으로 따져봐도 삼성 폴더블폰의 점유율은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DSCC는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 점유율이 2021년 88%, 2022년 78%, 2023년 7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2~3년 내 중국 업체가 삼성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조품’ 등으로 조롱받으며 전혀 시장에 먹힐 것 같지 않던 중국 폴더블폰이 최근엔 유럽 시장 등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삼성도 안심할 수 없다. 향후 2~3년 내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폴더블폰 시장에서 확실한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선 중국을 사수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애국 소비’가 강하다. 여기에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란으로 반한 감정이 확산되면서 일어난 불매운동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사업혁신팀'(2021년)을 신설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반등을 노렸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삼성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년째 0%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오포(35%), 화웨이(24.9%)에 밀려 3위(18.4%)에 머물렀다.
더 큰 위기는 중국뿐 아니라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폴더블폰 시장에 참전하고 있다는 거다. 지난달 구글은 자사 첫 폴더블폰인 ‘픽셀폴드’를 선보였다. 아직 완성도 측면에선 삼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폴더블폰에 가장 최적화된 앱과 OS를 적재적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애플도 이르면 내년에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한다. 삼성 폴더블폰 출시가 5년 뒤처진 셈이지만 애플의 브랜드 파워와 고객 충성도를 고려하면 삼성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혁신 이미지가 워낙 강하지만 그간 새 트렌드를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지켜보는 쪽으로 전략을 취해왔다”며 “자발적 후발 주자로서 앞서 나온 제품들의 단점을 보완하며 최적화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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