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2년 시즌을 앞두고 LG는 외국인 투수 재계약을 놓고 머리가 아팠다. 팀의 외국인 에이스였던 케이시 켈리(34), 그리고 2021년 좋은 투구를 한 앤드류 수아레즈(31)에게 모두 재계약 제안을 했지만 선수들이 쉽게 도장을 찍지 않았다.
당시 LG는 두 선수에게 소폭 인상된 재계약 금액을 전달했다. 선수들로서는 만족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자 LG는 과감하게 다른 카드로 선회했다. 당시 눈여겨보고 있었던 우완 아담 플럿코(32)와 계약한 것이다. 남은 외국인 투수 슬롯은 한 장. 둘 중 하나는 계약할 수 없었고 켈리 측이 먼저 손을 잡았다. 수아레즈는 일본 무대를 선택하며 팀을 떠났다.
수아레즈는 2021년 23경기에서 115⅓이닝을 던지며 10승2패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한 수준급 투수였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적어도 건강하기만 하다면 이 정도 피칭 퀄리티를 다시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반대로, LG의 플럿코 계약은 그만큼 이 선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 후 두 선수의 행보는 엇갈렸다. 수아레즈는 계속해서 고전하고 있는 반면, 플럿코는 LG가 원하는 수준의 이상 성적을 뽑아내고 있다. LG로서는 건강 문제가 걸렸던 수아레즈를 포기한 것이 오히려 더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난 셈이 됐다. 분명히 모험이었지만, 그 모험이 성공했다.
수아레즈는 지난해 일본 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세인트루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며 메이저리그 재입성에 도전했다. 하지만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지 못했다. 불펜에서 1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롱릴리프 자원으로 뛰었지만 28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5.08을 기록했다. 경기마다 기복이 심했다.
결국 수아레즈는 팀을 떠난다. 지역 유력 매체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트리플A 멤피스에서 뛰던 수아레즈가 옵트아웃을 선언할 것’이라고 26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수아레즈는 계약상 6월 1일까지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하면 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있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그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팀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수아레즈는 2018년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20년까지 56경기(선발 31경기)에서 7승15패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했다. LG에 입단할 당시 만 29세로, 많은 이들이 대어가 굴러왔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정착하지 못했고, 궁극적인 목표였던 메이저리그 재진입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불펜으로 원하는 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나 언제쯤 빅리그 마운드를 다시 밟을지는 알 수 없다. 올해 트리플A 성적으로 보면 시간이 꽤 더 걸릴 수도 있다.
반대로 플럿코는 꾸준히 좋은 성적이다.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떨어지는 이닝 소화력에 고민이 컸지만, 중반 이후 피치 디자인과 슬라이더를 수정한 뒤 승승장구했다. 플럿코는 지난해 28경기에서 162이닝을 던지며 15승5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건강한 수아레즈’였던 셈이다.
올해도 시즌 첫 10경기에서 60이닝을 던지며 7승 무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제 KBO리그에 완전히 적응했고, 위기 상황을 잘 넘기는 노련미까지 과시 중이다. 시즌 초반 LG 선발 투수들이 죄다 흔들렸음을 생각할 때 플럿코는 LG 마운드를 지키는 ‘방파제’로서의 임무도 충실히 했다.
지난해 아쉽게 놓친 다승왕 경쟁에도 다시 뛰어들었다. 플럿코는 지난해 15승으로 다승 공동 2위였다. 올해는 10경기에서 7승을 기록하며 에릭 페디(NC‧8승)에 이어 리그 단독 2위다. 플럿코 개인의 능력, 그리고 LG의 강한 팀 전력까지 고려했을 때 가능성이 제법 크다고 볼 수 있다.
트윈스 구단 역사상 다승왕 경력은 이상훈(1994년‧1995년), 김용수(1998년), 신윤호(2001년), 그리고 지난해 케이시 켈리까지 4명뿐이다. 플럿코가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면 LG의 그때 그 당시 선택은 대성공으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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