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시장금리는 올랐다. 최근 은행채가 상승세를 타면서 이를 기준으로 삼는 은행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금리하락을 기대하는 영끌족에게는 부담스러운 소식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1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의 금리는 3.863%로 전일보다 0.053%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 3월 10일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10일 3.522%까지 떨어졌던 은행채 1년물의 금리는 최근 들어 꾸준히 상승 중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결국 시장 금리 상승을 막지는 못한 것. ‘영끌족’들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게 됐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시장 금리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채 1년물은 은행에서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요소 중 하나다.
실제 최근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도 소폭 상승했다. 전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4.84~6.34%로 지난달 금통위가 열렸던 지난달 11일(4.75~6.02%)과 비교해 상단이 0.32%p 올랐다.
최근 은행채 1년물의 상승은 CD(양도성예금증서) 등 단기물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한 달 사이 CD 금리(91일)는 3.49%에서 3.75%로 0.26%p 상승했다.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감에 지난달 CD 금리가 기준금리(3.50%)를 밑돌자 한은이 시장에 개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일 기자감담회에서 “초단기금리에 개입해 단기금리가 올라간 것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며 “통안채 28일물도 새로 발행하고 90일물에도 개입해서 일단 단기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으로 올려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금통위원들의 매파적 시각도 시장을 자극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최종금리 3.75%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 △시장의 과도한 연내 인하 기대 등 간담회에서 언급했다.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도 시장 금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은행채는 이달에만 23조4800억원이 발행됐다. 올해 초부터 이어지던 순상환 기조가 이달 들어 바뀌었다. 은행채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가 오를 수 있다.
지난 24일 KB국민은행은 2년 만기 은행채를 3.83%에 발행했는데, 지난 12일보다 0.13%p 오른 수준이었다. 다음 달 말부터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 정상화가 재개되는 것도 은행채 발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 2~3분기 은행채 만기도래 규모가 큰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단기금리가 안정된 만큼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겠지만 당분이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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