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노인복지시설 입소자가 간식으로 나온 떡을 먹고 질식사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설 센터장이 2심에서 형량이 크게 늘었다. ▶아시아경제 5월3일자 ‘떡 먹던 노인 질식사’, 복지센터장 “빨리 먹이지 말라고 교육했는데…” 기사 참조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재판장 김수경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의 항소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는 1심에서 벌금 7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고도 항소했는데, 2심에서 1심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고인은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복무요원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까지 센터에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아 유족들의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박씨는 2018년 10월5일 낮복지시설에 입소한 68세 노인이 간식을 먹던 중 질식사한 사건과 관련해 센터장으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해 노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노인은 평소 정신건강이 좋지 않고 연하곤란(삼킴장애)을 겪었다. 검찰은 “박씨가 노인에게 간식을 먹여주며 ‘식사 보조’ 역할을 한 사회복무요원 송모씨에게 노인의 건강상태 등 관련 주의사항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송씨는 높이 3.8㎝, 폭 5㎝의 바람떡(개피떡)을 노인의 입에 넣어준 뒤 22초 만에 케이크를 먹였다. 이후 7초, 10초 간격으로 케이크를 또 먹였다.
1심에서 박씨는 “피해자에게 평소 연하곤란 증상이 없었다. 입소 당시 보호자들이 이러한 점을 고지하지도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송씨는 “피해자의 질병과 주의사항 등을 박씨로부터 교육받거나 전달받지 못한 채 그저 식사 보조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단순히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1심은 “피고인들은 떡을 작게 잘라서 먹기 안전하게 제공해야 했고, 송씨는 피해자가 충분히 삼킬 수 있도록 적은 양을 입에 넣어 주거나 다 씹어서 삼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며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각각 벌금 7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며 선처했다.
송씨는 1심 판단을 받아들였지만, 박씨는 불복했다. 항소심 법정에서 박씨 측은 “피해자의 입에 바람떡과 케이크가 평균 10초 간격으로 들어갔다”며 “센터장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직접 떡과 케이크를 먹여준 송씨의 개인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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