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넘나드는 한여름 날씨가 나타나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5월 유통가 풍경에 변화가 생겼다. ‘5월의 꽃’인 장미가 피는 계절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시원한 음료와 물놀이 용품 등 여름 대표 상품 판매가 급증했다. 이같은 변화에 유통가도 분주해졌다. 예년보다 보름 빠른 여름 빙수 출시, 한 달여 앞선 여름 신발 팝업스토어 오픈에 나섰다. 수영장에서 공연 등을 즐기는 호텔 풀파티 시기도 6월 초까지 앞당겨졌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면서 여름을 연상시키는 더위가 본격화한 이달 중순 이후, 편의점에선 얼음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GS25에선 지난 15~21일 봉지얼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6.3% 신장했고, 컵얼음(74.2%), 아이스크림(47.3%) 매출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CU에서도 이 기간 아이스드링크(72.7%), 얼음(72.3%), 아이스크림(47.1%), 생수(25.4%) 등 무더위에 많이 찾는 품목의 전월대비 매출 신장률 가팔랐다. 세븐일레븐에선 여름 대비를 위한 휴대용 선풍기, 쿨토시, 수영반바지 등 시즌 소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20%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에서도 여름 과일과 여름 가전 등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평년 대비 더운 날씨에 발빠르게 수박 행사를 준비한 홈플러스는 15~21일 수박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롯데마트 역시 수박 매출이 10% 늘었다. 더위에 놀라 예년보다 빠르게 여름 가전을 준비하러 나온 이들도 늘었다. 이마트는 이 기간 선풍기(162%), 써큐레이터(97.7%) 등의 매출이 크게 뛰었고 홈플러스 역시 선풍기(217%), 에어컨(140%) 매출이 급증했다. 물놀이 용품 매출도 크게 늘었다. 이마트에선 수경, 아쿠아슈즈 등 워터용품 125.0%, 수영복 17.6% 등을 기록했고 롯데마트에선 수영복, 물안경, 캠핑용 아이스박스 등 여름 용품 전체 매출이 50%가량 신장했다.
이른 더위에 고객 반응이 빨라지면서 유통가도 분주하게 여름 옷으로 갈아 입었다. 백화점에선 한 달 빠르게 샌들 등 여름 신발이 전면에 배치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달부터 이달 중순까지 여름 신발 매출이 성수기인 7, 8월 매출의 90%까지 육박했다는 점에 착안, 여름 샌들 팝업을 최대 1달 앞당겨 열고 신규 브랜드 소개도 발빠르게 나섰다. 여름 신제품 출시 역시 보름 앞당겨졌다. CU는 전날 경북 청도군 홍시를 활용한 프리미엄 빙수 ‘청도홍시빙수’를 예년보다 보름가량 빨리 출시, 빙과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이달부터 터빈미니선풍기, 넥쿨러, 캠핑선풍기 등 여름철 소형 가전도 선보이고 있다.
호텔업계도 이른 여름 채비에 나섰다. 본격적인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여름을 맞아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호텔 풀 파티 시기도 6월 초까지 당겨졌다. 드래곤시티는 다음 달 2일 미니 풀과 디제잉 부스 등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펍 ‘킹스 베케이션’에서 호텔의 대표 여름 콘텐츠인 풀 파티를 연다. 수영장에서 놀면서 공연, 디제잉, 주류 등을 즐기는 ‘한 여름의 파티’를 표방해 지난해엔 7월 말에서 8월 초에 열렸으나 올해는 시기가 앞당겨졌다. 이밖에도 호텔들은 때 이른 더위에 여름 성수기 혼잡함을 피해 호캉스를 즐기고 싶은 이들을 겨냥, 호텔 빙수를 포함한 패키지 등 ‘이른 여름’ 상품도 예년보다 서둘러 선보이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스페인, 싱가포르, 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기승을 부리면서, ‘장미의 계절에 수박이 잘 나가는’ 이례적인 모습이 향후 지속될 가능성도 점쳐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3~2027년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가능성이 66%라고 진단했다. 이 기간 지구가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할 가능성 역시 98%라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역시 올해 상황이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향후 이같이 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예년보다 빠른 계절감을 적용해 상품과 서비스 준비 및 출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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