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이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것은 새로운 회계 제도를 도입하면서 생긴 착시효과라고 강조했다. 각종 투자자산의 평가이익이 순이익에 반영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사들의 실제 체력을 강화하고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금감원은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합산 당기 순이익이 5조23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 7조원으로 전망했던 것보다 2조원 가까이 작은 규모다.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효과에 가깝기 때문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보험사는 올해부터 IFRS17, IFRS9가 도입됐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판매 시점이 아닌 평가 시점에서 시가평가를 하게 된다. 수익과 비용 인식 기준도 보험료 수취시가 아닌 서비스 제공 기간에 따라 수익으로 상각하며 인식하는 ‘발생주의’로 바뀌었다.
IFRS9은 기존 회계기준에서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했던 수익증권을 당기손익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2018년 1월부터 금융권에 도입됐지만 당시 보험사들은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제도변경 효과를 제외하면 보험사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3조2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조700억원보다 오히려 적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제도변경 효과 제외 당기 순이익이 1조원으로 전년 동기 1조4200억원보다 줄었고, 손해보험사는 2조2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조6500억원보다 늘었다.
생보사가 수익증권 규모가 2배가량 많아 올해 1분기 IFRS9에 따라 평가손익이 순이익으로 적용돼 착시효과가 더욱 컸다는 설명이다. 정해석 금감원 보험리스크제도실장은 “올해 1분기 보험사 이익 중 상당 부분은 IFRS9 상 투자손익에 의해 발생한 미실현 이익”이라며 “주가처럼 매일 등락하는 평가손익은 금리 변동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어 이를 배당에 활용하기도 어려운 만큼 보험사는 변동성에 주의하며 리스크와 배당정책 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IFRS9가 올해 적용된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봤다. 채권시장이 크게 출렁였던 지난해 도입됐다면 평가손이 바로 당기 순이익에 반영되면서 보험사의 업황이 큰 변화가 없음에도 표면적인 실적에서 ‘어닝쇼크’가 나타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IFSR17 상의 계약서비스마진(CSM) 부풀리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험계약으로 미래에 얻을 이익을 평가하는 CSM은 보험 계약 시점에는 부채로 인식한 뒤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편입하는 개념이다. 이때 어느 비율로 인식할지 보험사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자의적 해석으로 실적을 불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금감원은 이달 중으로 세부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실장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무해지보험 해지율 등을 가정할 때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래 손해율을 예측하는 데 과거 10년 이상의 손해율 통계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 낮아진 손해율만을 사용해 미래를 추정하는 등의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제한하고 원칙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재무제표상 나타나는 예실차(기초가정에 따른 예정금액과 실제 발생금액의 차이)가 큰 회사를 대상으로 기초가정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투자손익 변동성 관리 현황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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