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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아이, 온몸에 황산 뒤집어썼다…24년간 범인 못 잡은 이유[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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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황산 테러 사건 피해자 고(故)김태완군의 어머니가 2014년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김군의 사진. /사진=다음 아고라 게시판
대구 황산 테러 사건 피해자 고(故)김태완군의 어머니가 2014년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김군의 사진. /사진=다음 아고라 게시판

“아는 사람이 부르드나, 모르는 사람이 부르드나?”

“아는…사람이다.”

온몸에 흰 붕대를 감은 태완이(6)가 모로 누워 움츠린 채 대답했다. 황산을 뒤집어쓴 태완이의 목소리가 힘겹게 갈라졌다. “누군데?” 경찰의 질문에 태완이는 “○○ 아저씨(치킨집 아저씨)”라고 용의자를 특정했다. ‘치킨집 아저씨’는 당시 최초 목격자였던 태완이의 친구 A군 역시 사진을 보고 범인으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경찰은 두 아동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았다. 1999년 5월20일. 태완이 가족의 시계도 24년 전 그날에 멈췄다.

피아노 학원 가는 길 “태완아”…’치킨집 아저씨’가 불렀다

1999년 5월20일 오전 11시. 대구시 동구 효목1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6살 고(故) 김태완군을 노린 ‘황산 테러’가 발생했다. 당시 김군은 학원에 가려 집을 나선 지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아 변을 당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범인은 김군의 머리를 뒤로 잡아당겨 고의적으로 얼굴에 황산을 들이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얼굴을 비롯한 전신의 40~45%에 3도 화상을 입고 두 눈이 실명되고 기도와 식도가 타들어 가는 등 고통을 겪어야 했다.

김군의 부모는 김군이 생사를 넘나들던 49일간 직접 녹음기와 캠코더를 이용해 당시 상황에 대한 아이의 목소리를 담아냈고, 총 300분 분량의 음성이 녹취됐다. 김군은 당시 골목에서 마주친 남성을 이웃 주민인 ‘○○ 아저씨(치킨집 아저씨)’인 B씨로 특정했고, “아저씨가 ‘태완아’ 불렀다” “(황산을) 뿌렸다” “(내가 골목으로 가니까 아저씨가) ○○ 피아노 골목에서 오더라” “(황산이 담긴 용기는) 봉지, 까만색” 등 주요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실제 김군이 용의자로 지목했던 B씨의 옷가지에서 황산이 발견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지만, 거짓말 탐지기에서 B씨의 증언이 ‘진실’ 반응이 나왔다는 점 등이 크게 작용하며 그는 수사망에서 멀어졌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A군은 경찰에 ‘태완이가 뭔가를 뒤집어썼다’는 시늉과 함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군은 B씨가 김군과 함께 있었다고 사진을 보며 지목까지 했지만, 담당 경찰은 청각장애를 가진 A군의 의사전달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사람 피부가 타들어 가는 황산을 비닐봉지에 들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김군의 설명이 정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방송사 실험 결과 황산을 비닐봉지에 담아도 녹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나며, 당시 경찰이 제대로 된 실험을 하지 않는 등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는 사실이 재차 논란이 됐다.

49일간 사경을 헤매던 김군은 결국 같은 해 7월8일 오전 8시15분 패혈증으로 숨졌다. 2013년 7월4일 사건 공소시효 3일을 앞두고 김군의 부모는 B씨를 고소했지만, 검찰 역시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군의 부모는 불기소 처분 관련 법원에 재정신청(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검사가 불기소 처분할 경우 사건 심판을 법원에 다시 요청하는 것)을 냈으나, 이듬해 2월 이마저 기각됐다.

태완이가 남긴 ‘태완이법’…장기 미제 살인 해결 중

2015년 7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살인죄에 한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일명 '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2015년 7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살인죄에 한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일명 ‘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이른바 ‘태완이 사건’으로 불리는 해당 미제 사건은 피해 아동의 이름을 딴 ‘태완이법’을 남겼다. 태완이법은 2000년 8월1일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2015년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같은 달 31일부터 시행됐다.

태완이법 시행 이후 해결되지 않았던 살인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가해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2001년 2월, 17세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 사건의 진범도 2015년 10월 검거됐다.

당시 경찰은 시신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을 발견했으나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했고, 이후 해당 DNA는 강도살인으로 복역 중인 C씨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태완이법을 통해 재수사가 이뤄지면서 2017년 12월, 대법원은 C씨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올해 3월에는 16년간 미제로 남아있었던 ‘남촌동 택시 기사 살인’사건의 진범 2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2007년 7월1일 오전 3시쯤 인천 남동구 남촌동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변에서 택시 기사 D씨를 상대로 현금 6만원을 빼앗고 살해한 혐의로 이후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이들은 지난달에 이어 지난 11일 열린 2차 공판에서도 “살해 공모 사실이 없다” “범행 현장에 없었다”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머니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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