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식자재와 외식 품목의 가격이 오르고 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양이 많고 가격은 저렴’한 대용량 식품을 찾는 비중과 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제품과 냉동식품, 면제품 등 자주 먹으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제품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 같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일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1~2개월 기준 식품 구매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용량 식품 소비 관련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8%가 최근 대용량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고, 만족도는 68.0%로 평가해 가성비 좋은 식품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은 수준 것으로 확인됐다. 대용량 식품을 선호한다는 비중도 62.2%에 달했다.
대용량 식품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4.6%로 가장 높았고 “원래 자주 이용하던 제품(31.2%)” “오래 먹을 수 있어서(24.8%)” 등이 뒤를 이었다. 가족 구성원별 대용량 식품 구매 비중은 1인 가구 81.4%, 2~3인 가구 86.1%, 4인 이상 90.1%로 가족 수가 많을수록 구매율이 높았고, 결혼 여부에서도 기혼자 비중이 90%로 미(비)혼 가구(84.1%)보다 대용량 식품을 많이 구매했다.
품목별로는 우유나 요거트, 치즈 등 대용량 유제품을 구매했다는 응답자가 76.0%로 가장 많았고, 만두와 핫도그 등 냉동·냉장식품이 55.9%, 면류 52.1%, 과자·간식류 41.6%, 생수·커피류(39.1%)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엠브레인 관계자는 “주식으로 자주 먹거나 장기 보관이 가능한 식품 위주로 대용량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는 지속해서 오르는 먹을거리 물가와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인 반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7.9%로 전체 평균치보다 2.1배 높았다. 대표적인 먹을거리 물가 지표인 외식 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7.6%로 전체 평균치를 2배 이상 웃돌았다. 이에 따라 월평균 생활비 가운데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41.3%에서 올해 61.3%로 늘어 부담이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식음료 업계에서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최근 인기 제품의 중량을 더한 이른바 ‘곱빼기’ 메뉴를 출시하고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곱빼기 제품은 1개만 구입하기에는 양이 적고 2개는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오뚜기는 지난달 기존 컵누들 소컵보다 중량을 1.6배 늘린 ‘컵누들 큰컵’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더 큰 컵누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제시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했다. 오븐요리 프랜차이즈 ‘굽네’는 최근 ‘오리지널·고추바사삭’ 곱빼기 메뉴를 출시해 한 달여 만에 15만개 이상을 팔았다. 이 메뉴는 오븐구이 치킨 1.5마리 양에 해당한다.
이 밖에 음료업계에서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블루샥’이 아이스 음료 메뉴를 대상으로 대용량 사이즈를 선보였다. 추가 금액을 내면 기존 레귤러 16온스(480㎖)보다 1.5배 용량이 늘어난 24온스(720㎖) 사이즈로 주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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