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두 견인차인 독일과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이 심상치 않다. 독일이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쳐오는 가운데, 중국은 최근 주요 경제 지표가 일제히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경제 회복력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침체 논쟁에서 살짝 비켜난 미국은 급부상하는 부채 한도 리스크와 은행권 실패, 이에 따른 신용 경색 위기가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반등세가 주춤하고 유럽 강국 독일이 산업 부문에서 부진이 짙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불황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압박 둔화와 고용지표 호조 등으로 침체 비관론에서 살짝 비켜나 있지만 부채 한도 상향을 둘러싼 의회 대치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국채의 시장 영향력을 감안하면 협상 결렬에 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 시 대공황처럼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는 이날 전미독립지역은행가협회(ICBA) 행사에서 “디폴트는 경제·금융적 재앙을 초래하며 미국이 지난 수년간 이룬 역사적인 경제 회복을 그 이전으로 되돌릴 것”이라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독일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침체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이날 독일 유럽경제연구센터(ZEW)는 5월 경기기대지수가 마이너스 10.7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5.0)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지난 2월(28.1) 이후 3월(13)·4월(4.1)로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잡히지 않는 고물가 상황 등 이미 불리해진 경제 여건이 하반기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독일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독일의 4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7.2%까지 치솟았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0.5%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해 4분기 -0.5%로 역성장한 가운데, 오는 25일 발표되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도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날 경우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라는 기술적 침체 국면에 빠지게 된다.
국제통화기구(IMF)는 이날 유럽연합(EU)의 긴축 정책과 에너지 가격 불안이 독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올해 독일 경제 성장률은 제로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어제 발표된 중국의 실물지표도 암울하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급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던 회복세가 주춤해지면서 4월 주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예상을 밑돌았다. 중국 내수 경기를 가늠하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20.1%)를 밑돌았다. 산업생산은 같은 기간 5.6% 증가하는 데 그쳐, 역시 시장 예상치(10.9%)를 크게 밑돌며 소비보다 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가장 심각한 지표는 실업률이었는데, 청년(16~24세) 실업률은 20.4%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아 청년층 고용 불안이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제조업 동향을 반영하는 산업생산이 전망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점과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은 경제 회복력에 의구심을 들게 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그로우인베스트먼트그룹 하오 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리오프닝이 가속하지 못해 글로벌 수요를 예상만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음이 이번 경제지표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지표 부진은 경기 회복력에 있어 독일과 중국이 예상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경제 재개’ 오픈발이 벌써 동력을 잃었고, 독일은 고물가와 제조업 쇼크에 경제 엔진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세계 경제가 향후 12개월 안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65%에 달한다고 전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가 세계 경제에 가장 어려운 한 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경기 전망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펀드매니저들은 투자심리가 올해 가장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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