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 미드필더 손준호(31·산둥 타이산)가 중국 공안 강제 수사를 받는 것은 현지 최고위층이 축구계가 타락했다고 판단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AP는 17일 베이징발 뉴스를 통해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축구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대부분 효과를 얻지 못하자 부패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보도했다.
AP는 세계 4대 뉴스통신사 중 하나다. “중국 외교부는 16일 손준호가 랴오닝성 공안에 구금된 것이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조사 때문임을 확인해줬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안은 한국 경찰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시진핑은 부주석 시절 2008 베이징하계올림픽을 책임지고 준비하면서도 유독 축구를 다른 종목보다 자주 언급했다.
AP는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기준 중국은 81위에 머물고 있다. 중국프로축구는 관중 유치를 위해 비싼 외국인 선수에 크게 의존하는 등 자생력과는 거리가 멀다”며 시진핑 실패를 꼬집었다.
시진핑이 최고지도자가 되자 중국은 2014년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리그 구축/개선/확대를 통한 아시아 정상급 선수 배출’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교육부가 발표하는 등 국가적으로 축구를 육성했다.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리그랭킹 1위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세계 최대 부동산 기업 ‘헝다’ 파산 위기에 휘말린 중국프로축구는 규모가 급격히 줄면서 2023-24 아시아리그랭킹 7위로 하락이 확정됐다.
AP는 “중국이 (투자 실패 원인으로) 축구계 타락을 의심하자 최근 수년 동안 지도자, 구단주, 선수, 심판, 체육 공무원 부패가 적발됐다. 프로축구 재정 문제가 심각해진 코로나19 이후로 범위를 좁혀도 (이름이 공개될 정도로) 유명한 중국인 체포만 12명”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손준호가 중국 공안으로부터 의심받는 뇌물은 승부조작 관련”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 외교부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선수 상황을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설명한 것도 소개했다.
공영방송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나쇼날’ 중국어 채널 역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하여 “손준호가 부패 사건 관련 비리 혐의로 랴오닝성 공안에 연행되어 조사받고 있다”며 단순 뇌물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손준호는 중국프로축구단 산둥에서 2021 슈퍼리그(1부리그) 21경기 4득점 4도움 및 90분당 공격포인트 0.40으로 맹활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말 시상식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MVP가 유력한 분위기였다.
산둥은 2022년이 되자마자 손준호와 2025시즌까지 재계약했다. 1년 연장 옵션 또한 넣었다. 사우샘프턴, 풀럼 등 잉글랜드프로축구팀들이 영입을 검토하자 잔류를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손준호는 한국프로축구 시절에도 K리그1 도움왕(2017)·MVP(2020)로 빛났다.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본선 32개국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중국 슈퍼리그 2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선수 관계자들은 ‘산둥에서 실력을 충분히 증명하여 차고 넘치는 위상을 확보했다. 뇌물은 전혀 필요 없었다’며 중국 공안이 씌운 혐의에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 뉴스매체 ‘상바오’는 손준호가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에 의해 기소되어 형사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강대호 MK스포츠 기자(dogma0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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