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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직장인 A씨(세종시)는 전기요금 인상 소식에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올 초 난방비 폭탄을 맞은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손이 떨렸는데 전기료 인상에 올여름 냉방비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며 탄식했다.
정부가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의 재무여건 개선을 위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최근 소비자물가가 둔화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 국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올여름 최악의 폭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냉방비 폭탄’ 우려도 나온다.
16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 당 1.04원 인상됐다.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332kWh·3861MJ)으로 환산하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각각 약 3000원, 440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상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전기·가스가 필수재인 만큼 다른 상품과 서비스 물가의 간접적인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예컨대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자영업자와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 안 그래도 높은 수준인 외식과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로 둔화했지만 외식 물가 상승률은 7.6%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7.9%로 전월보다 1.2%포인트 내렸지만 여전히 전체 물가를 두 배 이상 상회하며 서민들의 먹거리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기, 가스요금의 인상은 생산 원가에 영향을 미쳐 서비스와 생활물가 등 다른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인상 폭이 크지 않아도 충분히 비용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전체적인 물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여름 평년 이상의 찜통더위가 예고되면서 냉방비 폭탄도 우려된다. 누진제 탓에 여름철 에어컨 등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면 요금이 큰 폭으로 뛸 수 있어서다. 지난해 여름 이후 전기요금은 작년 10월(kWh당 7.4원), 올해 1월(kWh당 13.1원), 5월(kWh당 8원) 등 3차례에 걸쳐 30원 가까이 올랐다. 전기요금 누적 인상분이 올여름 냉방비에 반영되면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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