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이야기를 한 부분이 있습니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정찬헌(33)은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다. 그렇지만 시장은 차가웠다. 정찬헌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가 2023년이 되었다.
모두가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그럴 때, 정찬헌은 개인 훈련을 해야 했다. 3월 초부터는 독립리그 성남 맥파이스에 합류해 실전 피칭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1%의 희망도 놓지 않았던 정찬헌에게 원 소속팀 키움은 손을 내밀었다. 계약기간 2년에 총액 최대 8억6000만원(계약금 2억, 연봉 2억, 옵션 2억6000만원)이라는 꽤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정찬헌에게 기회를 줬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정찬헌이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시기를 겪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찬헌이 이러한 시간을 밑바탕 삼아 선수단과 구단, 팬들이 같이 가고자 하는 길에 많은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스프링캠프도 가지 못하고, 몸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필요했던 만큼 개막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다. 퓨처스 팀에서 확실하게 페이스를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퓨처스 두 경기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 1.80을 기록했다. 이후 1군에 올라왔다.
지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1군 복귀전을 가졌다. 정찬헌은 이날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6이닝 2피안타 3탈삼진 1실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빠른 강속구로 상대를 제압한 건 아니었지만 예리한 제구력으로 SSG 타선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다.
1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잘 던지는 정찬헌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장타율 1위 LG 타선을 상대로 6이닝 6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1실점 쾌투를 펼쳤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그러나 정찬헌에게 돌아온 건 패배였다. 팀 타선의 지원 불발로 잘 던지고도 승리가 아닌 2개의 패전만 가져갔다. 2경기 12이닝 2실점 2패 평균자책 1.50이다. 2패만 빼면, 웬만한 에이스급 투수 성적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정찬헌 선수가 제 역할을 너무나도 잘해주고 있다. SSG전, 특히 잠실 LG전은 많이 안타깝다. 그런 부분은 불러 따로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는 타자들이 잘 쳐줄 거다’라고 했다. 믿고 있다”라고 믿음을 보였다.
원래 5선발이었던 장재영이 제구 난조로 2군에 내려갔다. 그렇지만 정찬헌이 5월부터 가세해 큰 힘이 되고 있다. 안우진-에릭 요키시-아리엘 후라도-최원태 4선발진에 정찬헌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껴지면서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선발진을 갖춘 키움이다.
홍 감독은 “장기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선발진 구축이다. 5선발이 돌아가야 게임 플랜을 짜는데도 수월하다. 캠프 때 계획한 플랜은 아니지만 선발진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라고 미소 지었다.
FA 미아서 영웅들의 5선발이 된 정찬헌, 앞으로도 키움에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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