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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왕’ 울린 임진희 “거리가 다는 아니다”, 지독한 ‘연습벌레’의 특별한 울림… 짜릿했던 KLPGA 3번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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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희가 14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선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LPGT
임진희가 14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선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LPGT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임진희. /사진=KLPGT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임진희. /사진=KLPGT

“솔직히 방신실 선수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보면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골프는 거리가 다가 아니지 않나.”

30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자랑하는 ‘초장타자’ 방신실(19·KB금융그룹)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구름 갤러리가 몰렸고 그의 티샷 하나 하나에 온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임진희(25·안강건설)는 흔들리지 않았다. 상대의 샷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했고 그것을 살리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 결과는 너무도 달콤한 열매로 돌아왔다.

임진희는 14일 경기도 용인시 수원 컨트리클럽 뉴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8억 원) 최종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적어내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정상에 섰다.

2021년부터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 투어 입회 후 생애 첫 우승을 따냈던 임진희는 지난해 7월 맥콜·모나파크오픈에서 다시 한 번 정상에 섰고 이번 대회 우승으로 3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1언더파로 공동 선두로서 최종 라운드를 맞이했다. 불안감도 있었다. 7번 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보기로 까먹은 타수를 버디 하나로 상쇄시킨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 사이 지난해 신인왕 이예원이 치고 나갔다. 2타를 더 줄이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아래에선 박지영과 방신실의 추격이 거셌다.

정교한 아이언샷을 구사하고 있는 임진희. /사진=KLPGT
정교한 아이언샷을 구사하고 있는 임진희. /사진=KLPGT
우승을 확정짓고 동료들에게 물세례 축하를 받고 있는 임진희(가운데). /사진=KLPGT
우승을 확정짓고 동료들에게 물세례 축하를 받고 있는 임진희(가운데). /사진=KLPGT

8번 홀(파5)을 기점으로 선두 경쟁을 본격화했다. 파5로 구성된 8번 홀과 11번 홀은 각각 좌·우로 휘어진 도그렉 홀이었으나 임진희는 닮은꼴 샷으로 모두 버디를 잡아냈다. 환상적인 웨지샷으로 홀컵 1.5m에 떨군 게 결정적이었다.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하던 임진희는 막판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또 다른 파5 17번 홀에서 다시 한 번 정교한 웨지샷을 앞세워 버디를 낚았고 18번 홀(파4)에서도 104.1야드 세컨드샷을 홀 3m 이내 붙여 버디를 잡아내고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상금은 1억 4400만 원으로 시즌 상금랭킹은 6위(2억 815만 원)로 뛰어 올랐다.

박지영은 이날만 6타를 줄였으나 임진희의 승부사적 면모 앞에 연장 승부 희망을 거둬야 했다. 14언더파 202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슈퍼스타 자질을 보여주고 있는 장타왕 방신실은 이날도 장타쇼를 펼쳤다. 이번 대회 파5 티샷 비거리는 287.61야드에 달했다. 임진희는 248.45야드. 평균적으로 40야드 정도 차이를 보였다.

임진희도 방신실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임진희는 “솔직히 방신실 선수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보면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골프는 거리가 다가 아니지 않나”라며 “그리고 모든 사람이 내가 할 것만 하라고 조언해줬다. 그것만 생각하면서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비거리를 앞세워 데뷔전에서 공동 4위에 올랐던 방신실은 이번 대회에서도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벌였다. 다만 중요한 순간 발목을 잡은 것도 장타였다. 임진희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동안 방신실은 연속 보기를 범했다. 17번 홀 티샷이 OB 구역으로 향했고 18번 홀에서도 티샷이 왼쪽 러프에 빠지며 세컨드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가는 실수로 이어진 탓이었다.

정확한 경사 계산을 하고 있는 임진희(오른쪽). /사진=KLPGT
정확한 경사 계산을 하고 있는 임진희(오른쪽). /사진=KLPGT
임진희가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쥐고 있다. /사진=KLPGT
임진희가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쥐고 있다. /사진=KLPGT

결국 방신실은 최종 13언더파 203타로 지난해 신인왕 이예원과 함께 임진희에 2타 밀린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임진희는 경쟁자들과 비거리 차이를 자신의 강점으로 메웠다. 임진희는 “전에는 비거리 늘리는 것(훈련)을 위주로 했다. 그래서 실제로 비거리가 늘었고 성적도 좋아졌다”면서도 “그런데 장점이라 생각했던 퍼트가 조금 떨어져서 아쉬웠다. 그래서 퍼트에 조금 더 신경 쓰면서 연습 많이 했다. 연습한 대로 가장 잘 나오는 게 퍼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임진희는 “작년에는 샷 3시간, 퍼트 30분 이런 비율로 했는데, 요즘은 1대1 비율로 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다른 선수들은 모르겠는데 나는 티오프 한 시간 전에 연습 그린에 가서 45분 동안 하려고 한다. 대회 전 루틴이다. 5발자국, 10발자국, 15발자국을 연습한 뒤 쇼트 퍼트 순으로 한다”고 고감도 퍼트에 대한 비결을 공개했다.

매니지먼트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초반에 흐름이 좋지 않았던 그는 “많이 답답했다. 이 코스가 내리막 퍼트가 남거나 옆 라인 퍼트가 남으면 정말 무섭다. 그래서 답답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버텼다”며 “솔직히 샷 감이 만족스럽진 않다. 생각을 잘해서 위험요소를 잘 피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5개라면 그걸 다 할 컨디션은 아니라 생각해서 2-3개 정도만 하면서 잘 버틴 거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은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골프 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선수다. 20대 중반 또래들과는 달리 휴대전화에도 큰 관심이 없다. 2G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 임진희는 “왜 이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2G폰을 쓴 적이 없고, 그냥 핸드폰이 아예 없었다”며 “이제는 생기긴 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 번호를 아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당연히 더 높은 목표를 그리고 있다. “우승은 행운도 필요해서 딱 승수를 정하고 싶진 않다. 그래도 최소한 2승 정도 하고 싶다”는 그는 나아가 “KLPGA 투어가 정말 좋지만 뭐든 오래 머무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미국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 전까지는 KLPGA 투어에 집중하겠다”고 당한 포부를 밝혔다.

임진희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취지잰에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KLPGT
임진희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취지잰에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KLPGT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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