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맨해튼 클래스 – 정세주 ‘눔(NOOM)’ 창업자 대표
세계인들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부르는 뉴욕(NYC)과 맨해튼(Manhattan)에 대해 씁니다. 국방비만 일천조를 쓰는 미국과 그 중심의 경제, 문화, 예술, 의식주를 틈나는 대로 써봅니다. ‘천조국’에서 족적을 남긴 한국인의 분투기도 전합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헬스케어에 퍼붓는 돈은 GDP(국가총생산)의 20%(약 6100조원)가 넘습니다. 그런데 인구의 70%는 의료보험 등의 충분한 혜택을 얻지 못하고, 40% 이상은 비만으로 힘겨워 합니다. 이게 비정상에 가깝지만 그걸 앤드유저(소비자) 스스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조력자와 같은 기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미국 경제의 중심 뉴욕에서 만든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10조원 가치의 데카콘 등극을 눈앞에 앞둔 헬스케어 기업 ‘눔(Noom)’ 창업자인 정세주 대표는 기업의 모티브를 담대하게 얘기했다. 정 대표는 12일(현지시간) 맨해튼 430 웨스트 33번가에 위치한 눔 본사에서 100여명의 한국계 창업자 모임을 갖고 성공스토리를 펼쳤다.
눔은 정 대표가 2005년 한국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뉴욕에 혈혈단신으로 건너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겠다며 시도했던 벤처기업의 최종 성공버전이다. 그는 정착 초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롱아일랜드 주차장에서 몇년간 고생하며 언어의 장벽과 초기자본 마련에 씨름하며 단단해졌다. 이후에도 수차례 고비를 맞았지만 한국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뉴욕의 얼키고 설킨 창업 인프라를 지혜롭게 활용해 현재를 맞았다고 스스로 고백했다.
정 대표는 “고비 때나 자금을 유치하려 할 때마다 투자자들이 비즈니스가 한결 수월한 B2B모델(기업간 거래)을 권했지만 소비자 시장의 저력을 믿고 버텨냈다”며 “헬스케어 서비스를 원하는 사용자들이 가진 맥시멈 포텐셜(Maximum Potential)을 믿어왔다”고 기대했다.
실제로 눔은 단순한 건강관리앱이 아니라 사업적 측면에서 사용자들의 인정을 받아 기업간 거래시장은 물론 미국 국책사업을 도맡게 되면서 또다른 도약을 전개하고 있다. 우선 미국 질병관리국(CDC)가 진행하는 당뇨 예방 프로그램(DPP) 사업자로 선정돼 비만 퇴치를 위한 솔루션과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가고 있다.
미국의 비만인구는 국민 열명당 네명 이상으로, 일부 주에서는 거주자 절반 이상이 비만인 경우도 흔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임기 내에는 물론 내년으로 예상되는 재선을 위해서도 비만퇴치를 국가 아젠다로 선언한 상황이다.
눔은 2021년 시리즈F 자금유치를 통해 7000억원 가량(5억4000만 달러)의 자금을 받아 5조원(37억 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눔은 뉴욕증시 상장을 예비하고 있는데 상장 예상 기업가치는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토종 한국인이 뉴욕에서 만든 기업으로는 사상최대의 규모로 기업가치 10조원을 넘어서는 이른바 ‘데카콘’ 데뷔를 앞둔 셈이다.
정세주 대표는 “눔의 다음목표는 비대면 의료시장에 진출하는 것과 대형 보험사에 건강관리 플랫폼 서비스를 납품하는 것”이라며 “이미 올해 하반기부터 그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우리가 살다가 힘들 때면 그저 길을 걸으며 하늘의 달을 올려다보는데, 그 달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삶의 한 여정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달과 같은 동반자가 되고 싶어서 기업명을 눔(NOOM)이라 지었다”며 “사실 ‘문(MOON)’이라고 짓고 싶었지만 상표등록이 어려웠기 때문에 거꾸로 돌려 눔이라고 명명했다”고 덧붙였다.
뉴욕에서 성공한 그는 한국계 창업자 네트워크를 구성해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고군분투하는 후배들을 도울 계획이다. 이날 자리도 별다른 스폰서 없이 눔의 초대로 마련했다. 정 대표는 오는 8월 중순에 미국 동부 전역의 한국계 창업자들을 구글 본사로 초대해 한인 벤처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는 순수한 협업 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이날 마지막 인사로 “결국 부딪히고 협업하다보면 길이 열린다”며 “너무 상심말고, 너무 고민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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