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시장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간 점유율 차이가 1년 사이 더 벌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승자독식 체제는 오히려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12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9%, 2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13%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 1분기 TSMC의 점유율은 54%,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15%였다. TSMC의 점유율은 더 높아진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떨어지면서, 차이가 39%포인트(p)에서 46%포인트로 커졌다.
개인용 컴퓨터(PC)와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악화하면서 고객사 주문량이 줄어들어 파운드리 업황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TSMC는 올해 1분기, 최근 4년 만에 분기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파운드리 시장 전체의 주문이 줄어들면서 그간 TSMC와 삼성전자에 물량을 나눠 주문하던 고객들이 TSMC에 주문을 집중하면서 격차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물량을 맞추기 위해 두 곳에 나눠 주문하던 고객사가 TSMC에 물량을 몰아주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과 별개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옴디아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작년 매출을 208억달러(27조7409억원)로 추정했다. 2017년 사업부 출범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연매출 200억달러를 넘겼다. 2018년 117억달러, 2020년 132억달러 등으로 꾸준히 매출 규모를 키워왔다.
삼성전자는 TSMC를 제치겠다는 각오로 파운드리에 투자를 늘려 왔다. 경기도 평택의 P3(3공장)의 신규 파운드리 라인은 올해 하반기 안에 양산을 시작한다. 고객사의 수주 이전에 대비하고 설비를 먼저 확보하겠다는 셸 퍼스트 전략도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포석 가운데 하나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사장)은 최근 “5년 안에 TSMC를 잡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경 사장은 두 회사 모두 GAA(게이트올어라운드)방식을 적용하는 2나노 공정에서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GAA 공정 기반의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들어갔다. GAA는 기존 방식인 핀펫보다 성능과 전력 효율 면에서 한층 앞선다. TSMC는 2나노부터 GAA 공정을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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