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스페인에서 열린 여성 달리기 대회에서 상품으로 주방기기와 체중감량용 식품을 줬다가 ‘성차별적’이라는 논란이 일어 주최 측이 공식 사과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마드리드에서 열린 여성 달리기 대회 ‘카레라 데 라 무헤르’의 주최 측이 입상자들에게 준 상품과 관련해 비판이 쏟아졌다.
주최 측은 올해 대회 우승자에게 푸드 프로세서(식재료 자르기, 갈기, 다지기 등 여러 기능을 가진 조리기구)를, 다른 입상자에게는 무지방 식품을 부상으로 수여했다.
이를 두고 앙헬라 로드리게스 팜 평등부 차관이 ‘성차별’이라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팜 차관은 트위터에 이번 대회 상품을 두고 “우승하면 주부이고 (우승을) 못 하더라도 살은 빠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드리드 시의회 의원 알레한드라 하신토도 “여성에게 주는 선물이 집안일과 관련돼있다는 것은 성차별이며 공공정책은 여성이 주로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 달리기 대회는 유방암 환자와 가정폭력 피해 여성 등을 지원하는 기금 모금을 위해 매년 개최되는 자선 행사다. 올해로 19회째인 대회는 스페인 ‘어머니 날’인 지난 7일 마드리드에서 열렸으며 3만2천여명이 경주에 참여했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은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사과했지만 ‘편향된 시각’,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한다’ 등의 표현으로 뒤끝을 남겼다.
주최 측은 대회 후원자 중 하나가 푸드 프로세서를 경품으로 기증했다면서 이를 상품으로 준 것이 “여성 스포츠와 영양 습관과 관련한 건강한 가치를 드높인다는 대회 취지와 일치한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이어 “편향적인 시각에서 볼 때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어떤 여성이든 불쾌함을 느꼈다면 사과한다”며 “어찌 됐든 우리는 비판을 받아들이며 기분이 상한 이들에게 사과하고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최 측의 사과 성명에도 이번 사건은 최근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남녀 선수의 ‘생일 케이크’ 논란과 맞물려 스페인 스포츠계의 성차별 문제를 다시 부각했다고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지적했다.
이달 초 막을 내린 프로테니스 마드리드 오픈에서 주최 측은 대회 기간 생일을 맞은 선수들을 축하하면서 남자 선수에게는 화려하게 장식된 3단 케이크를, 여자 선수에게는 그보다 단순한 1단짜리 케이크를 보내 논란을 빚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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