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가 300억달러에 육박하며 작년 수준(-472억3000만달러)의 6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수입액은 줄고 있으나, 대중무역과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회복세가 늦어지는 탓이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1~10일 무역적자는 41억6900만달러로 무역적자 기조가 15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94억1200만달러로 작년의 62.3% 수준이다.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44만8500만달러로 같은 해 기간보다 10.1%, 수입액은 186만5400만달러로 5.1%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8개월 연속으로 수출액이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6.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하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수출액은 22억3000만달러로 10.1% 줄었다.
올해 연간 수출액 누계는 2154억1700만달러, 수입액은 2248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수출은 12.9%, 수입은 5.1% 각각 줄었다. 이달 말까지 무역적자가 지속한다면 작년 3월부터 15개월 연속 지속하게 된다.
여름철이 다가오고, 국제유가 안정세와 액화천연가스(LNG) 하락세로 에너지 수입이 줄었으나, 반도체 수출 부진은 이번 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1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19억7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4% 줄었다. 지난해 8월(-7.8%) 이후 이달까지 10개월째 수출 감소세를 보이는 셈이다. 올해 D램 등 제품가격이 내려간 탓이다.
최대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부진 흐름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메모리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반도체 경기 변동에 더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KDI는 10일 ‘최근 반도체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이라는 현안 분석 자료를 통해 “최근의 반도체 경기 하락은 메모리 부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시스템 반도체 비중 확대가 경기 변동을 축소하는 게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KDI는 “과거 반도체경기 순환에서 반도체 재고가 정점에 이른 후 3~6개월 이후 반도체생산이 저점을 형성했다”며 “최근의 재고 감소는 2~3분기 중 생산 저점이 형성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도 11개월째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달 10일까지 대중 수출은 32억7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4.7%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시장이 리오프닝했지만, 국내기업에 대한 제재는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내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일 발표한 ‘대중 수출 부진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대중 수출 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수출 회복 시점을 묻는 말에 40%의 기업이 ‘2~5년 후에야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 하반기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9일 이번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마련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우리의 주력인 반도체가 타격받고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서도 “무역적자는 1월 이후로 지속 감소하고 있고 하반기부터는 흑자가 되는 시기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수출 증가율의 플러스 전환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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