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수험생,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약이 ‘집중력 높여주는 약’으로 주목받고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유튜브 등에는 ADHD 약 복용 후기가 게재되고, 심지어 지난달 3일에는 마약류를 ADHD 약으로 둔갑시켜 학생들에게 먹인 ‘마약 음료’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ADHD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ADHD 약을 복용했을 때 실제 두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부 복용자가 ADHD 약 섭취 후 ‘집중력이 향상된 것만 같은 착각’을 받는 것은 두뇌의 동기 부여 능력이 왜곡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DHD 약, 두뇌를 ‘이익’에 집착하게 만든다
ADHD 약은 ADHD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약으로,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할 목적으로 제조된다. ADHD의 발생 원인은 두뇌에서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ADHD 환자와 달리 체내 도파민 분비량이 안정적인 일반인이 ADHD 약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미 브라운 대학교 연구진은 일반인이 ADHD 약을 복용했을 때 두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 저널’에 게재했다.
연구 방법은 18-43세 사이 남녀 50명에게 ADHD 약과 위약을 무작위로 준 뒤, 3번에 걸쳐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테스트는 여러 과제로 나뉘어 있는데, 과제를 푸는 데 성공하면 금전 보상을 지급한다. 쉬운 과제보다 어려운 과제를 풀었을 때 보상은 더 커진다.
또 연구진은 두뇌가 보상에 대해 생각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내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의 뇌 자기공명영상(MRI)도 촬영했다.
실험 결과 위약을 복용한 일반인 참가자들은 테스트를 고를 때 이익(금전)보다는 비용(과제의 난이도)에 더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ADHD 약을 먹고 도파민이 활성화된 참가자는 보상에 훨씬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약물 치료와 관계없이 도파민은 일반적으로 인간 두뇌의 동기 조절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라고 밝혔다.
인간은 모든 행동의 비용·이익 고려…과도한 도파민, 균형 망가뜨려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은 특정 행동을 할 때 ‘비용’과 ‘이익’을 고려한다. 이익이 아무리 매력적이더라도 비용이 불합리하게 크다고 판단되면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일반인은 삶의 위험을 회피하고 충동 행동 욕구를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도파민 레벨이 불균형하면 이익에만 집중하게 돼, 평소보다 훨씬 충동적이고 활동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ADHD 약이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집중력을 향상하는 듯한 ‘착각’도 여기서 비롯된다. 공부할 때 필요한 비용(학업 스트레스, 노력 등)보다 이익(성적 향상)에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도한 동기 부여는 실제 집중력 향상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오히려 인간 두뇌의 동기 부여 체계를 망가뜨려 인지 능력을 둔화하고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연구의 두뇌 모델을 만든 앤드루 웨스트브룩은 “이미 충분한 도파민 수치를 갖춘 사람에게 (ADHD 약을 복용시켜) 도파민 수치를 높이면, 그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결정을 유익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도파민 수치는 인간의 위험 회피 능력을 저하한다는 뜻이다.
웨스트브룩은 “이 때문에 그 사람은 도박, 위험 행위 등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라며 “자신의 실제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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