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로 임시주거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부실한 도시락이 지급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령층이 다수인 이재민 사이에서는 도시락 수령을 거부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강릉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는 점심 식사를 위해 받은 도시락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요즘 군대도 이렇게 주지 않는다”, “밥이 설어서 생쌀이네요”, “어버이날인데…” 등의 반응이었다.
도시락 사진을 보면 흰쌀밥과 김치, 고추장아찌, 고기볶음 등 반찬 3가지가 담겼다. 개봉 전 도시락임에도 불구, 밥과 반찬의 양은 현저히 부족해 보인다. 반찬을 담는 칸 하나는 아예 비어 있다. 함께 제공된 된장국이 다 식은 상태였다는 불만도 나왔다.
지난달 대규모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임시주거시설에 있는 이재민들을 위해 강릉시는 이달 초부터 점심과 저녁 하루 두 차례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락은 경포 번영회 주차장에서 이재민들이 직접 수령하고 있다.
강릉시는 지난 1일 임시대피소로 활용했던 강릉 아레나를 폐쇄하고 이재민들을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이젠), KIST 관사, 펜션 등 숙박시설 23개소로 이주 완료했다.
문제는 이재민 대부분이 건강에 취약한 고령층이라는 점이다. 도시락 수령지와 거리가 먼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있다. 이 때문에 앞서 한 군데로 국한된 도시락 수령지가 멀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어버이날 부실 도시락이 제공되자 논란이 커졌다.
실망한 일부 이재민은 도시락을 먹지 않은 채 그대로 두거나, 앞으로 도시락 수령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 도시락을 내 아이에게, 부모님에게 보낸 도시락이라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라거나 “도시락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는 날 선 반응도 나타났다.
한 이재민은 “이럴 바에는 강릉 화폐나 다른 방법으로 도시락 배식을 대체하면 좋겠다”며 “자원봉사자, 공무원, 이재민 등 모두가 불만족하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릉시는 이재민들의 이번 도시락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도시락 제공처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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