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음주운전 근절 위한 각종 법안 발의·각계각층 노력도
사고 이후에도 한 번 단속 시 평균 50명 이상 적발
배양 유족 “변화 느껴지지만 강력한 법안 마련 미흡”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대전 둔산동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배승아(9) 양이 숨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처벌 강화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사고 후에도 여전히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해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배양 유족에 따르면 ‘음주운전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게 해달라’는 탄원서가 6천여 건 모였다.
사고 이후로 유족들은 여전히 가해자나 그 가족 등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
배양의 오빠는 “여전히 어머니는 승아의 애착 인형이었던 ‘꿀꿀이’를 늘 끼고 다니면서 인형 없이는 잠자리에 들기조차 힘들어하신다”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는 있으나 당장의 이슈로만 그치지 않고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사고 직후 한 시민이 “대전 서구 대낮 음주 운전자의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글을 올렸으나 이는 청원법에 따라 수사 중인 사안으로 수리되지 않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에서 지난달 9일부터 시작한 ‘음주운전 살인죄 적용 처벌 촉구’ 서명운동에는 현재까지 2천600여 명이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에는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기도 했다.
서정숙·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인명 사고를 낸 경우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예 음주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 법안도 발의됐다.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 차량에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보다 앞서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장치 부착 대상 조건을 ‘면허가 취소된 자’로 세분화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음주 운전자 면허 영구박탈 차량몰수법’ 도로교통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교통사고나 인명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초범은 3년·재범은 5년간 면허를 취소하고, 세 번 적발 시 운전자 면허를 영구 박탈해 해당 운전자 명의 차량까지 몰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련 법안이 연달아 발의되며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커졌으나 사고 이후로도 경찰이 시행한 음주 단속에서 매번 평균 50건 이상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음주 운전자들이 처벌 구제를 받기 위한 도움을 얻으려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는 형벌을 줄이기 위해 조언을 구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스무 건씩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배양 오빠는 “아직도 강력한 법안 마련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살인죄에 준하는 처벌 기준이나 음주운전을 하면 패가망신할 수 있는 훨씬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운전을 생계 수단으로 보는 사법기관의 음주운전을 대하는 온정주의와 관용주의 풍토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음주운전 초범이라고,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고 여러 이유로 형벌을 감경 처분하는 이런 풍조가 음주운전을 고착화하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면서 “음주운전 가해자들의 형을 감형해주는 제도 운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집행유예가 내려지더라도 안전교육 이수 시간을 장기간으로 대폭 늘리는 등 더욱 강화된 행정 제재가 필요하다”면서 “혈중알코올농도 0.08%인 현 면허취소 기준도 대폭 낮춰야 한다.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풍토가 계속되다 보니 한 잔이 여러 잔이 되고 습관적으로 운전대를 잡게 되는 문화가 잔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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