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트렌드]국내 난임 기술력 美 대비 85%… K펨테크 스타트업은 아직 태동기
24만9000여명.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다. 역대 최저 기록이다. 인구감소 문제가 예상보다 무섭게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초저출산 시대 극복을 위해 다양한 사회적 지원책과 더불어 난임을 극복할 기술 개발이 우선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난임은 부부가 피임 없이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 임신이 안 되는 현상을 말한다.
2022년 국내 난임 진단 인구는 약 24만명, 난임 시술 건수는 15만건 이상이었다. 인구 감소와 난임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인 탓에 난임 극복 기술이 국가 신성장 동력이자 신산업 분야로 주목을 끈다.
韓 난임 기술력 美의 85%…손상된 난자 DNA 복구 등 新기술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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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잘 알려진 난임 치료는 배란유도, 인공수정, 체외수정시술 등이다.
활동성이 우수한 정자를 여성 자궁내에 주입하는 인공수정법과 여성이 배란 장애와 같은 문제를 겪을 때 배란유도제를 투여해 난자를 채취하고 몸 밖에서 수정한 후 자궁에 수정란을 이식하는 체외수정, 배아이식(시험관 아이)법이 있다.
국내 난임 기술력은 미국 대비 85%, 일본 대비 90%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결혼 및 출산 연령이 늦춰지면서 난소 예비력(건강한 난자를 생산할 수 있는 난소의 능력)이 감소하고 건강한 난자 배란·채취가 어려워져 치료 성공률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국내 연구진이 손상된 난자의 DNA(유전자)를 복구하는 새로운 기전을 규명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여성은 평생 사용할 난자를 난소에 품고 태어난다. 난자는 난소에서 오랜 기간 감수분열 초기 단계에 멈춰 있기 때문에 체세포에 비해 DNA 손상에 취약하다. 또 보조생식술 시 난자의 체외배양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증가돼 DNA 손상이 유발될 수 있다. 손상된 DNA를 가진 난자는 배아 발달이 저해되고 난임, 불임, 유산, 기형아 출산 등의 위험이 높다.
성균관대 오정수 교수팀은 난자의 성숙 과정에서 DNA 손상 복구에 관여하는 MDC1과 TOPBP1 단백질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난자가 성숙 과정에서 DNA 손상이 발생하면 염색체와 방추사(세포의 체세포분열 때 형성되는 가는 실 모양의 섬유질 단백질)가 상호작용해 DNA 복구에 필요한 인자들을 방추극에서 방추사-동원체로 이어지는 경로를 통해 염색체로 이동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 DNA 손상복구 인자의 이동이 CIP2A 단백질을 매개로 일어나며 PLK1 인산화 효소를 통해 제어됨을 규명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향후 난자의 DNA 손상 복구 능력을 제어해 난자 노화 및 질 저하를 예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은 노화 및 항암제 부작용으로 유발된 난임에 대한 사물탕 예방·치료 효능을 입증했다. 사물탕은 숙지황, 당귀, 천궁, 작약 등 4가지 약재로 구성된 처방으로 불임증, 월경불순, 갱년기장애, 임신중독, 산후증 등에 쓰인다.
연구팀은 난임은 물론 월경불순, 산후증 등 여러 여성 질환에 쓰이는 사물탕이 고령화 및 항암제로 인해 유발된 난임 개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동물실험을 수행했다.
먼저, 고령(40주령)의 실험쥐에게 사물탕을 4주간 경구 투여한 후 나소 예비력 평가를 위해 원시난포(난자를 포함하며 난소 조직에 있는 주머니 모양의 세포집합체인 난포의 미성숙 상태) 개수를 파악한 결과, 사물탕을 투여한 실험군의 원시난포는 마리당 평균 14.3개로 무처치 대조군(6.2개)의 두 배 이상으로, 난소 예비력 감소가 억제됐다.
또 배란유도 후 건강한 성숙 난자 수도 실험군은 마리당 평균 1.1개로 무처치 대조군(0.1개)보다 많았으며, 교배 후 임신 성공률은 70%로 대조군(10%)에 비해 뚜렷하게 증가했다.
난임 관련 산업과 서비스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난임 관련 기초연구 분야에 대한 정부 R&D(연구개발) 예산 지원을 늘리고 난임 전문 연구인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펨테크 스타트업 아직 태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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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인구 증가에 따라 여성의 건강관리와 임신 관련한 상품·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펨테크(Femtech, Female(여성)과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도 새롭게 주목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는 2025년까지 펨테크 시장이 약 4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 세계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인만큼 시장 수요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프랑스는 ‘라 프렌치 테크’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펨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펨테크 스타트업은 아직 태동기로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 모델이 제한적인 편이다.
모션랩스는 심리 케어가 필요한 여성과 심리상담 전문가를 연결해 비대면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닥터벨라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배란과 월경, 임신과 출산, 갱년기 등 여성 생애 주기별 특성에 최적화된 상담을 제공한다. 산부인과 비대면 진료, 여성건강 Q&A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밖에 △여성 웰니스 전문 쇼핑몰 ‘렛허’ △여성건강 생활케어 플랫폼 먼슬리씽을 개발한 ‘씽즈’ △비대면 질염 및 성병 자가 검사 키트 체킷의 ‘쓰리제이’ △엄마의 건강한 일상을 위한 운동 코치앱 헤이마마의 ‘더패밀리랩’ △여성 기능성 의류를 전문으로 한 ‘단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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