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 트윈스 마운드가 시험대에 올랐다.
수년째 1선발 노릇을 해 온 케이시 켈리(33)의 구위가 심상치 않다. 여기에 마무리 고우석(24)마저 허리 통증으로 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마운드의 앞과 뒤가 허전해졌다.
정규리그 개막 한 달간 15승 11패를 거둬 3위를 달리는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49, 전체 4위로 나쁘지 않다.
드러난 수치와 달리 내실은 급박하다.
26경기에 등판한 선발 투수진의 투구 이닝은 123이닝으로 8위에 불과하다. 3경기를 덜 치른 KIA 타이거즈 선발진보다도 2⅔이닝이 적다.
대신 불펜이 112이닝이나 던졌다. 10개 구단 구원진 중 가장 많은 투구 이닝이다.
LG 선발 투수진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6번에 그쳐 역시 8위에 머물렀다.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범위를 확장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는 단 한 번만 했다. 켈리가 4월 7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7이닝 2실점 한 게 유일한 기록이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리그 평균은 팀당 4회이며, 아직 못한 팀은 한화 이글스뿐이다.
켈리의 내림세가 가파른 게 선발진의 약화로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LG에서 5시즌째 뛰는 켈리는 올해 6경기에서 두 차례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1승 2패, 평균자책점 5.66으로 고전 중이다.
최근 세 경기에서는 승패 없이 17⅓이닝 동안 12실점(10자책점) 하며 부진했다.
LG는 켈리와 애덤 플럿코(4승 무패·평균자책점 1.53)라는 최강의 원 투 펀치를 갖추고도 국내 투수들의 더딘 성장 탓에 지난해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고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3∼5자리를 맡을 확실한 국내 투수가 없다는 약점을 안고 출발한 올해에는 ‘믿는 도끼’ 켈리가 초반 흔들리면서 LG는 마운드 운용에 부담을 안게 됐다.
LG 안방마님 출신인 이성우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KBO리그에서 5년째 뛰는 켈리의 구위가 이젠 한국 타자들의 눈에도 익은 것으로 보인다”며 “켈리가 지난해 커브와 슬라이더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각 구단이 충실한 전력 분석으로 켈리의 대비책을 마련해 올해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평했다.
선발보다는 막강하다는 불펜 사정도 여의찮다.
오른쪽 어깨 재활을 거쳐 지난달 중순 이후에야 1군에 올라온 고우석이 허리 통증으로 다시 이탈했다.
지난해 홀드왕 정우영은 3패, 6홀드, 평균자책점 4.22로 길을 잃었다.
사이드암 투수로 시속 150㎞를 넘는 투심 패스트볼을 주 무기로 던진 정우영은 주자 견제, 구종 다변화 등 비시즌에 해결해야 할 숙제를 시즌 중에 푸느라 자신의 강점마저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를 듣는다.
핵심 불펜 두 명이 제 컨디션이 아니어서 다른 구원 투수들이 돌아가며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형편이다.
선발과 불펜의 대체 자원을 넉넉하게 만들겠다던 염경엽 감독의 시즌 전 구상이 빛을 내려면, 마운드가 시험대에 오른 지금, 새로운 스타가 출현해야 한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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