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이 내 커리어 하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아산 우리은행은 1일 오전 인천 신한은행과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김정은의 이적으로 보상 영입한 김지영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 유승희와 바꾼 것이다.
유승희는 2021-22시즌 WKBL 정상급 가드 & 포워드로 올라섰다. 그는 30경기 모두 출전, 평균 32분 56초 동안 11.9점 5.5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밸런스가 탄탄한 선수였다.
그러나 잔부상에 시달린 2022-23시즌은 크게 떨어졌다. 18경기 출전에 그쳤고 평균 25분 59초 동안 9.0점 3.8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크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전 시즌에 비하면 다소 아쉬웠다.
FA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위기가 온 유승희였다. 이때 위성우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김정은의 이적 공백에 대한 걱정, 그리고 젊고 유망한 선수가 필요했던 위 감독은 유승희를 원했고 신한은행과 대화가 잘 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할 수 있었다.
유승희는 MK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한은행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팬도 많아졌다. 마지막이 된 지난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채 떠나게 돼 많이 아쉽다”면서도 “우리은행에는 감사한 일이다. 부상이나 다른 문제가 아닌 오로지 농구로만 나를 평가해준다는 감사한 말을 들었다. 그 마음을 이제는 농구로 보답해야 한다. (위성우)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구단에 잘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용인 삼성생명부터 시작해 신한은행을 거쳐 우리은행까지 오게 된 유승희. 그러나 새로운 팀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친한 언니들이 적지 않다. 신한은행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단비는 물론 삼성생명 시절 함께한 고아라, 그리고 1994년생 친구 최이샘까지 있다.
유승희는 “(김)단비 언니가 축하한다고 해줬다(웃음). (고)아라 언니도 격한 말로 환영해줬고 (최)이샘이와 통화도 했다”며 “단비 언니는 신한은행에 있을 때 워낙 잘 챙겨줬고 아라 언니는 삼성생명에 있을 때부터 알았다. 워낙 후배들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다. 장난식으로 ‘아라 언니 콜렉터’라고 하고 다닌다. 최근에도 만났고 맛있는 밥도 잘 얻어먹었다”고 말했다.
물론 신한은행에서 오랜 시간 지낸 만큼 함께 고생한 선수들과 제대로 작별 인사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유승희는 “(이)경은 언니와 통화했다. 가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해줬다. 다른 선수들과는 제대로 연락하지 못했다.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진 상황이라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천천히 인사를 나눌 생각”이라며 “(변)소정이도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 시즌에 힘들어서 후배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는데도 고맙게 연락을 줬다”고 전했다.
이번 트레이드는 현재 기준으로 냉정히 보면 우리은행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김지영이 지난 시즌 좋은 가드로서 성장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유승희는 이미 리그 최고 수준의 가드라는 걸 증명했다. 또 그를 도와줄 최고의 선수들도 옆에 있다. 위 감독 역시 “혼자 무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옆에서 도와줄 선수가 많다. 그 부분을 보고 원했던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금 중요한 건 지난 시즌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내는 것. 여러모로 말이 많았지만 결국 유승희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그가 가진 남다른 승부욕과 독기만이 필요하다.
유승희는 “지난 시즌 외 최근 2시즌 동안 독기를 가득 품고 뛰었다. 어쩌면 지난 시즌은 다시 독기를 충전하기 위한 잠깐 쉬어가는 타이밍이 된 듯하다. 많은 사람에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마음고생하고 또 힘들었던 걸 잊지 않고 우리은행에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유승희는 2023-24시즌 이후 FA가 된다. 부상만 없다면 기량에 대한 의심은 없다. 그러나 남은 1년은 그에게 있어 매우 절실한 시간이 될 터.
유승희는 “개인적으로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2021-22시즌이 커리어 하이가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 또 보여주고 싶다”며 “지금은 휴가 중이니 주어진 시간을 즐긴 뒤 팀에 합류해서 죽을 생각이다(웃음). 선수라면 몸으로 고생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고생했을 때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믿는다. 각오는 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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