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윤영철./사진=김동윤 기자 |
‘보는 맛이 있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지명된 KIA 타이거즈 좌완 루키 윤영철(19)이 등판을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보여주면서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윤영철은 27일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5이닝을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0-0에서 물러나 승패는 없었다. KIA는 윤영철의 호투와 7회 빅이닝에 힘입어 국가대표 에이스 구창모를 무너트리고 NC에 5-0으로 승리했다.
일취월장하는 모습이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공 81개로 3⅔이닝 5실점(패전), 21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공 91개로 4⅓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은 공 83개로 개인 최다인 5이닝을 무실점으로 소화하면서 매 경기 시즌 평균자책점을 12.27, 7.88, 4.85로 쭉쭉 내렸다.
이날 구속과 투구 레퍼토리는 지난 2경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직구는 최고 시속 139㎞, 구종은 직구(34개), 슬라이더(32개), 체인지업(16개), 커브(1개)로 비슷했다. 다만 KBO리그의 분위기와 스트라이크존에 차츰 적응하면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마추어 레벨에서는 KBO리그보다 스트라이크존을 좌우로 넓게 잡아주는 편이다. 수준 차도 현격해 갓 데뷔한 신인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윤영철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프로에 와 어려운 점으로는) 베테랑 선배들이 많다 보니 내 유인구에 좀처럼 속지 않는다. 스트라이크존도 작아졌다 느끼지만, 내가 조금씩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초반 부진을 설명했다.
낯선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윤영철은 리그 전체로 봐도 뛰어난 직구 수직 무브먼트와 회전수를 지니고 있다. KBO 공식 기록 업체 스포츠투아이 피치트래킹시스템(PTS) 기준으로 그의 올 시즌 평균 직구 수직 무브먼트는 33.2로 100구 이상 던진 투수 중 전체 4위, 직구 RPM(분당 회전수)은 2783.7로 3위에 해당한다. 이 두 수치가 높을 경우 타자에게 떠오르는 듯한 착각을 주기 때문에 구속이 빠르지 않더라도 헛스윙을 유발할 수 있다.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
특히 좌타자 기준 바깥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에 NC 타자들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속수무책이었다. 따라가면 헛스윙하기 일쑤였고 맞혔다 해도 정타가 나오지 않았다. 윤영철과 무실점 이닝을 합작한 한승택(KIA)은 “(윤)영철이 슬라이더는 각이 워낙 좋기 때문에 코스만 잘 타면 타자들이 정타를 맞히기 힘들다. 커맨드만 조금 더 섬세해지면 더 빛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직구 구속이 느리다는 아쉬움은 여전했다. 좋은 수직 무브먼트와 회전수를 지니고 있지만, 130㎞대 느린 직구는 노림수를 갖고 들어간다면 프로 타자들이 못 칠 공이 아니다. 구위 또한 빠른 공보단 떨어질 수밖에 없어 장타 확률이 높다. 이날도 3회초 좌측 담장을 직격한 안중열의 홈런성 안타를 비롯해 외야 깊숙이 날아가는 아찔한 타구를 많이 맞았다. 모두 느린 직구를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구속에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강속구를 던지는 윤영철’은 행복한 상상이지만, KIA에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최근 KIA는 좌완 투수들의 구속을 올리는 데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교 시절 최고 시속 148㎞를 던지던 이의리(21)를 이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155㎞까지 던지게 했고, 최지민(20)은 1년 만에 최고 143㎞에서 148㎞로 구속을 늘렸다.
더욱이 선수의 뚜렷한 주관과 적극적인 도전 의지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케 한다. 미국 스프링캠프 출국 때 만난 윤영철은 막연히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단 일단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하고 싶어했고, 그 마음은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는 “제일 좋은 것은 던지면서 경험해 보는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한 경기, 한 경기 같은 팀을 또 만나다 보면 그때는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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