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력만 돌아오면 궤도에 오를 것 같다. 제구력이 관건이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에이스로의 복귀를 노리고 있는 우완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에게 마지막 숙제를 전했다.
2019시즌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켈리는 지난해까지 KBO리그 통산 114경기(697이닝)에서 58승 31패 평균자책점 2.89를 올린 우완투수다. 포심과 커터 등 두 가지의 패스트볼과 더불어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며 지난해에는 16승을 기록, 다승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켈리는 올해 들어 깊은 부진에 빠졌다. 5차례 선발로 등판해 29.2이닝을 소화했지만, 돌아온 것은 1승 2패 평균자책점 5.76이라는 전혀 ‘켈리 답지 않은’ 성적표였다.
평균 구속이 떨어졌으며 구종들의 회전수도 하락했다는 평가. 여기에 결정적인 순간 제구가 흔들려 실투가 나와 정타를 허용한다는 점도 그의 주요 부진 원인으로 꼽혔다.
다행히 켈리는 최근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5일 홈 SSG랜더스전(5-4 LG 승)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6이닝 8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3실점 2자책점으로 올해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해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한 것. 투구 수는 95개였으며 최고 구속은 149km였다.
이에 지난 26일 홈 SSG전(LG 3-5 패)을 앞두고 만난 염경엽 LG 감독은 “(켈리의) 구속은 올라왔다. 트래킹 데이터는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 운을 뗐다.
물론 과거의 켈리를 생각하면 여전히 아직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이날도 전체적으로 제구가 흔들리며 8피안타와 3사사구를 허용했다.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와 높은 곳으로 몰렸으며, 변화구는 잘 들어갈 때와 안 들어갈 때의 차이가 컸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만만치 않은 SSG 타선을 상대로 힘 대결에서 앞서며 퀄리티스타트라는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켈리가 에이스로 완벽하게 부활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이 더 필요할까.
염 감독은 “구종이 다양한 선수라 완급조절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구력”이라며 “제구력만 어느 정도 올라온다면 자기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켈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건넸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켈리는 (아담) 플럿코랑 스타일이 비슷하다. 플럿코는 (스트라이크 존) 좌, 우 코너를 잘 이용한다. 켈리도 좌, 우 코너를 써야 하는데 (지금은) 가운데 중심에 위, 아래로 형성되는 공들이 많아 맞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에 언급된 플럿코는 지난해부터 LG에서 뛰는 우완투수다. 안정적인 제구력이 가장 큰 강점이며 염 감독의 말처럼 스트라이크 존 양 쪽 보더라인 코스를 잘 활용한다. 이러한 장점을 앞세운 플럿코는 지난해 15승 5패 평균자책점 2.39를 올렸으며, 올 시즌에도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77로 순항 중이다.
염 감독은 “(스트라이크 존) 상, 하를 쓰는 투수가 있고 좌, 우를 쓰는 투수가 있는데 켈리와 플럿코는 좌, 우를 잘 써야 하는 투수”라며 “몸쪽 직구를 던지면서 바깥쪽에 커터, 슬라이더, 커브 등을 던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과연 이러한 염 감독의 숙제를 받아든 켈리는 제구력을 가다듬어 ‘잠실 예수’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그는 30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지는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등판할 예정이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