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김하성이 시즌 초반 부진하다. 데뷔 시즌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비상 버튼을 눌러야 할 시기일까?
김하성은 시즌 첫 22경기에서 81타석 소화하며 타율 0.194 출루율 0.275 장타율 0.333 기록하고 있다. 홈런은 2개, 6타점 기록했고 7개의 볼넷을 얻는 사이 22개의 탈삼진 기록했다.
조정 OPS(OPS+)는 72로 데뷔 시즌인 2021시즌(73)과 비슷하다. 현재까지 모습만 보면, 데뷔 시즌으로 돌아간 것이 맞다.
타구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평균 타구 발사 속도 85마일로 백분위 8% 수준이다. 최고 속도 타구는 그나마 47%로 평균 수준이지만, 강한 타구(95마일 이상) 비율은 2%에 그치고 있다. 배트 중심에 맞는 배럴 비율도 백분위 37%로 하위권이다.
그러다보니 기대 성적도 떨어진다. 기대 타율(7%) 기대 장타율(9%), 삼진 비율(24%), 볼넷(44%) 모두 하위권이다.
긍정적인 수치도 있다. 헛스윙 비율은 상위 백분위 70%, 유인구를 쫓는 비율은 86%다. 스프린트 속도84%, 수비 관련 지표인 OAA(Out Above Average) 87%, 팔힘 65%로 주루와 수비는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저조한 타격에도 꾸준히 기회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밥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공수에 상관없이 꾸준히 팀에 기여하고 있다”며 그가 어떤 방법으로든 팀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가장 속타는 사람은 선수 자신일 것이다. 김하성은 지난 23일 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든 상태”라고 토로했다. 내용이 좋지않고 결과도 나오지 않으면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 가지 원인을 콕집어 설명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피치 클락, 시프트 금지 등 새로운 규정을 꼽을 수 있다. 이전과 다른 템포로 타격을 준비하다보니 자신만의 스윙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한 모습이다. 특히 타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간에 쫓기고 있다.
초구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는 일들이 많아지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하성은 이번 시즌 불리한 카운트에서 타율 0.182 OPS 0.399, 동일한 카운트에서 0.185/0.556, 유리한 카운트에서 0.217/0.835 기록중이다.
시프트 금지도 영향을 미쳤다. 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는데 반대였다. 수비에서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보인다.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반대편을 넘어가지 못하게하면서 특히 2루수의 수비 범위가 넓어졌다. 예전보다 넓은 수비 범위를 신경쓰다보니 타격에 대한 집중력이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캠프 내내 새로운 규정을 몸에 익혀도 모자랄판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이에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WBC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포지션 변경 자체로 인한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역시 1루수로 포지션을 옮긴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시즌 초반 슬럼프에 시달렸다는 점을 보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팀 전체가 슬럼프에 시달린 것도 그에게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동시다발적인 부진이 이어지면서 부담이 커졌고 이것이 안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모든 요소들에 대해 선수에게 생각을 물으면 아마 ‘변명일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결국 해답은 그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위안은 아직 시즌 초반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슬럼프는 지난 시즌에도 있었다. 4월 타율 0.271 OPS 0.926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그는 5월 첫 10경기에서 타율 0.094(32타수 3안타) 2타점 7볼넷 10삼진으로 부진했다. 이후 타격이 살아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18연전 이후 처음 찾아온 휴식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재정비할 시간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동안 샌디에이고는 애틀란타 메츠 밀워키, 다시 애틀란타, 그리고 지구 선두 달리고 있던 애리조나 등 어려운 팀들과 쉴 틈없이 승부가 이어졌다. 어려운 투수들과 승부가 계속됐다. 당분간 틈틈히 휴식일이 있는 여유 있는 일정이 이어진다. 숨돌릴 시간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동료들의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점도 그에게는 도움이 될 수가 있다. 지난 애리조나 원정에서 김하성은 타순 앞뒤로 있는 선수들과 도움을 주고받았다. 역전 2타점 적시타도 앞선 좌타자들을 상대하려다 김하성에게 유리한 매치업이 연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새로운 규정, 새로운 포지션이 보다 익숙해지고 다른 동료들이 타격감을 찾아가기 시작한다면 김하성의 타격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 기록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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