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 사기·깡통 전세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속출하면서 세입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빌라나 오피스텔 등에 거주하는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은 ‘전세 포비아’라 할 만큼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걱정이 크다. 각종 커뮤니티에 전세 사기 예방법과 대처방안에 대한 글이 잇따를 정도다. 한편으로는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선량한 집주인들도 “잠재적 사기꾼 취급을 당하고 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2만761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세 거래량은 1만 4903건으로 전체 거래의 54.0%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전세 비중은 2011년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적었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빌라 전세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노원구였다. 올해 1분기 노원구의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424건으로 나타났고, 이 중 전세 거래는 179건으로 전세 비중이 42.2%로 집계됐다. 이어 종로구 42.6%, 강남구 43.0%, 송파구 44.8%, 서대문구 46.0%, 관악구 46.3%, 중구 47.0%, 서초구 49.9% 등으로 전세 비중이 50%를 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빌라 세입자가 전세를 기피하는 것은 지난해 말부터 수면 위로 드러난 대규모 전세 사기 때문이다. 인천 미추홀구,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수천 명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서 ‘전세 포비아’가 확산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의 문제로 빌라 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세 비중은 점점 줄고, 준월세나 준전세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각종 대처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커뮤니티를 넘어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전세 사기 예방법, 대처법, 질문글 등이 줄 잇고 있다. 집주인의 고의가 없더라도 최근 집값 하락으로 깡통 주택이 늘며 세입자가 피해를 볼 위험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 내 보증금 3억원대 빌라에 사는 전세 세입자 A씨는 최근 졸업한 대학교 커뮤니티에 전세 사기 관련해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5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이 가능한지 문의했는데 며칠 뒤 연락이 오더니 몇 달만 더 살아달라고 해 불안한 상황”이라면서 “집주인을 믿고 싶지만, 혹시 몰라 대처법 등 부동산 경험이 많은 선배들에게 조언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 아파트 전세가 기피 대상이 되면서 선량한 집주인도 난감해지긴 마찬가지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빌라 한 채를 임대한 C씨는 “가을이 되면 계약이 만료되는데, 아마 새 세입자를 찾아야 할 것 같다”면서 “잠재적 사기꾼이 된 느낌이라 예비 세입자에게 재직증명서나 급여명세서라도 보여줘야 할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