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가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지난시즌이 끝나고 4년 간 동행했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결별한 두산은 지난해 10월 새 외국인 타자로 로하스를 점찍었다. 안정적인 타격 매커니즘을 바탕으로 중장거리 타구 생산에 능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여기에 좌, 우 외야는 물론이고 2루수와 3루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넓은 수비 범위도 한 몫을 했다.
시범경기 기간까지만 하더라도 두산의 선택은 합리적인 듯 했다. 11차례의 시범경기에 나선 로하스는 30타수 12안타 1홈런을 올리며 정규시즌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이후 그는 지난 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도 역전 끝내기 3점포를 가동하며 두산의 12-10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후 로하스는 깊은 부진에 빠졌다. 21일 전까지 직전 5경기에서 16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그 결과 16일 원정 LG 트윈스전(두산 10-5 승)에서는 아예 결장했으며, 지난 19일 원정 한화 이글스전(6-7 두산 패)에서는 시즌 3호 홈런을 날리기도 했으나 승부처였던 9회초 1사 2루에서 대타 신성현과 교체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던 로하스가 마침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위즈와의 홈 경기에 6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3득점을 기록, 팀의 10-6 승리에 앞장선 것. 이 경기를 앞두고 이승엽 두산 감독은 “로하스의 (타격감이) 살아줘야 한다. 타이밍이 조금 어긋나고, 나쁜 공에 손이 많이 나가지만, 분명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좋아지고 있다”며 “오늘(21일)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니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좋아져야만 한다”고 그에게 힘을 실어줬는데, 이에 완벽히 부응하는 활약이었다.
범타이긴 했지만, 2회말 첫 타석에서 잘 맞은 좌익수 플라이 타구를 만들어 내며 타격감을 조율한 로하스는 4회말 1사 후 행운에 힘입어 첫 출루에 성공했다. 중견수 플라이성 타구를 날렸는데, 공은 상대 중견수 정준영의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흘러 나왔다. 공식 기록은 포구 실책. 이어 강승호, 양찬열의 연속안타로 3루까지 도달한 그는 안재석의 좌익수 방면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아 득점도 기록했다.
로하스의 방망이는 팀이 5-1로 앞서던 5회말 매섭게 돌아갔다. 2사 후 상대 선발투수 배제성의 3구 패스트볼을 받아 쳐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지난 19일 한화전 이후 2경기 만에 나온 그의 시즌 4번째 홈런이자 분위기를 완벽히 두산으로 가져오는 한 방이었다.
기세가 오른 로하스는 7회말 1사 1루에서도 상대 불펜투수 조이현의 3구를 받아 쳐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내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이어 양찬열의 2타점 적시 3루타에 홈을 파고들며 세 번째 득점을 올린 그는 8회초 수비에서 정수빈과 교체돼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로하스는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야구는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 스포츠다. 매 타석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5회말 홈런을 친 상황에 대해 ”몸 쪽 높은 공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최근 그 코스로 많은 공이 들어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스트라이크존에 집중을 했다“고 설명했다.
로하스의 반등에는 두산 고토 고지 타격코치의 조언이 있었다. 그는 ”고토 코치님이 내가 너무 과도하게 많은 것을 하려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도움이 됐다“면서 ”(그 결과) 타격 밸런스가 좋아졌고, (이제는) 어느 코스로 공이 오더라도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로하스는 KBO리그에 얼마나 적응했냐는 질문에 ”야구는 어디서 뛰더라도 항상 적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적응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이룰 수 없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내가 뛰었던 리그와 비교하지 않고 일단 한국에서 뛰고 있으니 매 경기 집중하고 있다“며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목표는 똑같다. 이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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