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미래 모빌리티(이동 수단) 확산과 관련 생태계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북미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시장 선점은 물론이고 양국 간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짓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기공식에서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자 최적의 파트너”라며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2025년 상반기(1∼6월) 완공 목표인 HMGMA는 183만 ㎡(약 55만 평)부지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MA를 ‘인간 중심 미래 공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 센터(HMGICS)에서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플랫폼에는 수요 중심의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과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이 적용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MA를 비롯해 인근에 있는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등 3곳을 묶어 부품 조달, 공급망 관리를 함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계획이다. 배터리 합작공장도 추진한다. 여기에 현대차에 부품 등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미국에서 전기차 84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 5만8028대를 팔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96.2% 증가한 성과를 거뒀다.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은 미국에서 성능과 안전성 등에서 호평받으며 현대차그룹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HMGMA가 본격 가동되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3사도 미국 공장 건설과 합작법인 등을 통해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미는 전기차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연평균 33%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 지역에 GM(얼티엄1·2·3공장), 스텔란티스,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함께 합작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시간 단독공장 등을 포함하면 2025년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지역 생산 능력은 250∼260GWh(기가와트시)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 고객 추가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공급사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북미 지역 내에서 EV 파우치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통해 제품 대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SK온은 지난해 7월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사와 전기차용 배터리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출범하면서 미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교두보를 확보했다. 양사는 각각 5조1000억 원씩 총 10조2000억 원을 투자해 미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테네시 공장은 1554만 ㎡(약 470만 평) 부지에 포드의 전기차 생산공장과 함께 건립된다. 켄터키 공장 부지 면적은 총 628만 ㎡(약 190만 평)이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미 단일 부지 공장으로는 최대인 86GWh다.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82만 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 첫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합작법인 부지를 미 인디애나주 코코모시로 선정하고 25억 달러 이상 투자한다. 합작법인은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1분기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초기 연간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을 시작해 33GWh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 역시 31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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