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 국립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상하이 국제 모터쇼’는 한마디로 ‘전기차 밭’이었다. 이날부터 열흘간 열리는 행사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첫 공개) 신차는 100여 개. 이 중 전기차가 70여 개다.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답게 중국 토종 브랜드들과 해외 브랜드들의 전략 차종들이 일제히 전시됐다.
전시장에서 만난 중국 토종 브랜드 관계자는 “이제는 미국 테슬라는 물론이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전시장 곳곳에는 중국 자동차 업계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전 세계 모터쇼들이 갈수록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만 상하이 모터쇼는 36만 ㎡에 달하는 넓은 전시장을 전기차와 배터리 충전소 등으로 빼곡하게 채웠다. 서울모빌리티쇼 전시 면적(5만3541㎡)의 6.7배에 이르는 규모다.
중국의 3대 토종 전기차 회사인 비야디(BYD), 니오(Nio), 샤오펑(Xpeng)은 물론이고 다수의 중국 브랜드가 저마다의 신차를 들고 관람객들을 끌어들였다. 샤오펑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6’를 공개하면서 글로벌 1위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를 직접 언급했다. 현장에서 G6를 소개하던 샤오펑 관계자는 “같은 차급인 테슬라의 모델Y를 겨냥한 차량”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전기차 회사들은 고급화 제품을 줄줄이 내놨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 1위인 비야디는 고성능 브랜드 양왕을 통해 슈퍼카의 전기차 모델 ‘U9’을 공개했다. 비야디의 대표 모델인 ‘송(Song)’의 SUV 버전인 ‘송엘(SONG L)’도 처음 공개했다. 세단을 넘어 SUV 전기차 시장에서 장악력을 높여가기 위한 차종이다. 비야디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간과했던 편의 기능인 좌석 편의성과 디스플레이 같은 인포테인먼트 기능들이 최근 몇 년 새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리자동차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ZEEKR)가 프리미엄 SUV 모델인 ‘지커X’를 공개하는 등 현장에선 프리미엄과 고가의 SUV를 표어로 내세운 중국 토종 업체들의 소개 브로슈어가 넘쳐났다.
이에 맞선 외국 브랜드들도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신차 공세를 쏟아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 전기차만 따지면 중국은 502만 대에 이르는 전 세계 1위 시장이다. 2위인 미국(약 80만 대)과 비교해 약 6.3배에 달한다.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1360만 대)의 58.8%인 800만 대가 중국에서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공개된 고성능 ‘더 뉴 엘란트라(한국 판매명 아반떼) N’과 6월 현지에서 출시되는 중국 전략형 차량인 ‘무파사’를 처음 공개했다. 올해 말 중국에서 ‘EV5’를 출시하는 기아는 김경현 중국법인 총경리가 “2030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연간 45만 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으며 이 중 40%를 전기차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볼보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는 쿠페형 SUV인 폴스타4의 실물을 처음 공개하고 이날부터 판매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 토종 업체들이 고급화 전략을 짜는 것과 반대로 폴스타는 1억 원 미만의 중형차를 내놓고 현지 시장을 사로잡으려 하고 있다. 폴스타는 SUV 전략 차종인 폴스타3의 실물도 함께 공개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신형 전기차인 ‘마이바흐 EQS SUV’의 실물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중요해진 중국 시장의 위상을 보여줬다. 독일 폭스바겐은 1회 충전에 최대 7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내놓아 화제가 됐다. 폭스바겐의 중대형 순수 전기 세단 ‘ID. 7’은 차체 길이가 5m를 넘는다.
상하이=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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