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은 ‘봄 농구 마스터’다. 그가 옳았다.
안양 KGC는 17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과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6-72, 대접전 끝에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까지 한 걸음만 남겨뒀다.
대혈전을 승리로 이끈 주인공은 오세근이었다. 그는 26분 40초 출전, 15점 11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하며 캐롯의 골밑을 박살 냈다.
오세근은 올 시즌 김상식 감독의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52경기를 출전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역시 많은 경기, 많은 시간을 뛸 수 없는 건 현실. 그러나 플레이오프 때는 다르다. 그가 있기에 봄의 KGC가 무섭다.
그러나 오세근은 지난 1, 2차전 동안 많은 시간을 뛰지 못했다. 가비지 게임으로 끝난 1차전에선 8분 45초, 2차전에선 벤치에서 투입 시기를 놓쳐 19분 38초 출전에 불과했다.
김 감독은 2차전 오세근의 적은 출전 시간에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처음에는 지쳐 보였다는 이해하기 힘든 답을 냈으나 결국 투입 시기를 놓쳤음을 고백했다.
현재 KGC에서 오세근이 없다면 그들을 우승후보라고 볼 수는 없다. KBL 역사가 말해주듯 강력한 4번이 있어야만 결국 정상에 설 수 있다. KGC는 오세근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난 2경기 동안 제대로 쓰지 못했다. 2승 0패가 1승 1패가 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3차전 역시 초반부터 애매한 상황이 펼쳐졌다. 캐롯의 소나기 3점포가 터지자 김 감독과 벤치는 전원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풀 코트 프레스를 펼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지만 사실상 도박이었다. 만약 캐롯의 템포를 조금이라도 늦추지 못했다면 2차전과 마찬가지로 오세근이 코트 위에 없는 상황에서 또 분위기를 내줄 수 있었다.
이후에도 김 감독과 벤치의 선택은 아이러니했다. 오세근이 2쿼터 막판 3번째 파울을 범하자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때 오세근이 직접 교체 사인을 거부했다.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KGC는 풀 코트 프레스 이후 역습으로 격차를 줄이는 중요한 시기였다. 이 흐름을 읽고 있었던 오세근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강했다. 추승균 해설위원 역시 “노련하기 때문에 안 바꿔도 된다”고 바라봤다. 결과적으로 전반 막판 디드릭 로슨에게 3점슛을 허용하며 42-44 재역전 당했지만 분명 흐름은 KGC의 차지였다. 한때 16점차까지 밀렸던 경기가 원 포제션 게임이 됐다. 오세근의 판단이 옳았다.
이외에도 오세근이 코트 위에 섰을 때 얼마나 위력적인지는 26분 40초 동안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캐롯의 빅맨들 중 오세근을 단 한 번이라도 막아낼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오세근의 멋진 스텝, 그리고 성공률 높은 마무리 능력에 모두 당했다. 더불어 캐롯의 트랩 디펜스를 무력화시키는 아시아 최고의 스크린, 안정적인 리바운드 등 그가 왜 오랜 시간 No.1이었는지 몸소 증명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는 다르다. 단기전에서의 로테이션은 이기고 싶지 않다는 뜻과 같다. 모든 프로 스포츠 역사가 설명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순간 판단력이 승패를 가른다. 오세근 역시 확인시켰다. 자신이 코트 위에 있을 때 어떤 결과가 따라오는지를 말이다.
KGC는 올 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1위, EASL 챔피언스 위크 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그러려면 결국 오세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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