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월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월 인구동향’을 보면 2월 출생아 수는 2만7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9.8%(3000명)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신생아실의 빈 아기침대. 2018.4.25/뉴스1 |
“저출산이라는데 왜 이렇게 돌잔치 예약이 어렵나요.”
“올해 11~12월 연말 예식장 예약이 이렇게 다 차있는지 몰랐습니다.”
맘카페나 예식 준비 커뮤니티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이다. 역대 최저 출산율에 비혼족도 늘고 있다지만 출산이나 육아시설, 예식장을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고급시설로 갈수록 예약난은 더 심각하다.
1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A씨는 최근 아기 돌잔치를 위해 국내 고급호텔 식당 예약시작 시간에 맞춰 가족들과 휴대전화를 들고 기다렸다. 정확한 시간에 동시에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예약에 실패했다. 호텔 측은 통상 행사날짜 두 달 전에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데 예약문의가 한꺼번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웨스틴 조선호텔 관계자도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면서 “하지만 예약시간대 전화가 1만통 가까이 걸려와 호텔에서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후조리원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우선 출생아수가 매년 줄면서 산후조리원이 줄줄이 폐업한 영향이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 수는 475곳으로 2017년 598곳보다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비용은 241만원에서 307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실제 체감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다는 의견이 많다. 산후조리원이 부족해진 데다 남아있는 시설마저 고급화를 내세우고 있어서다. 특히 ‘조동(조리원동기)’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울 강남에 위치하거나 2주에 수천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산후조리원의 경우 산모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가 높다.
코로나19로 미뤘던 대기수요가 쏠린 예식장도 예약이 쉽지 않다. 최소 억대가 넘어가는 서울 신라호텔 예식장도 이미 연말까지 빈자리가 없다는 전언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아무래도 팬데믹(감염병의 전세계적 유행) 기간에 미뤘던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코로나 기간 인원 수 제한 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규제가 사라져 예약이 더 빨리 마감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디자인기자 |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혼이나 육아가 경제적 여건이나 정보력 습득과 밀접하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김혜영 숙명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엔 ‘조동’까지 따지는 문화가 생겼는데 이것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 간 정보 네트워크가 중요해졌단 것”이라면서 “예식장도 요즘엔 하객들이 원하는 수준의 식사나 편리한 위치까지 따지는 경향이 있는데 면밀하게 살피다 보면 결국 만족스러운 곳은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교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육아나 결혼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너무나도 쉬워진 영향이 매우 크다”면서 “이렇게 정보를 접할수록 최종적으로는 프리미엄에 눈이 갈 수밖에 없고, 모두가 같은 시장에 진입하다보니 예약난 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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