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방, 군, 경찰 등 고위험직종의 안전장비 낙찰하한율을 기존 60%에서 80%로 상향 조정한다. 또 물가 상승 시 공사 자재의 계약금액 조정 요건을 완화해 건설 기업의 과도한 경영 부담을 경감한다. 정부는 이달 중 경제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와 관련한 국가계약제도 개정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마치고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진행한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기업부담 완화를 위한 ‘국가계약제도 선진화 방안’을 잠정 공개했다.
추 부총리는 “공공조달제도는 예산·세제·금융과 함께 중요한 경제정책 수단으로, 조달 과정에서 기업이 느끼는 규제와 불합리한 시장 관행을 개선해 경제활력 제고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선진화 방안의 추진 배경을 밝혔다. 공공조달시장 규모는 2017년 137조원에서 2021년 184조원으로 최근 4년간 약 34% 확대했으나, 국가계약제도 요건이 까다롭고 관련 규제가 많아 기업 경제활동의 애로사항으로 지적돼 왔다.
구체적으로 우선 소방, 군, 경찰 등 고위험직종에 대한 안전장비 낙찰하한율을 기존 60%에서 80%로 상향할 방침이다. 낙찰하한율이란 경쟁입찰 시 예정가격 이하로서 가장 많이 적어낸 순서대로 해당 계약을 낙찰받을 수 있는 비율을 말한다. 고위험직종은 고품질 안전 장비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그동안 일반물자와 동일한 낙찰하한율로 저품질·저가 낙찰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이들 직종의 안전장비 낙찰하한율을 대폭 상향해 품질을 제고하는 한편 입찰 기업의 경영 여건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상승 시 공사 자재 계약금액 조정 요건도 완화한다. 이는 최근 건축 원자잿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관련 자재의 계약 금액 상향 가능 요건이 매우 엄격해 제도 활용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철근의 경우 계약금액이 공사비의 1%를 초과하고, 가격증가율이 15% 이상의 조건을 충족해야 조정이 가능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 시 계약 금액을 원활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공사비(재료비·노무비·경비) 중 특정 자재 비중을 기존 1%에서 0.5%로 하향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철근과 같은 특정 자재에 한한 것으로 납품단가와 물가를 연동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
또 공기업·준정부기관 발주 공사와 관련해 경미한 위반행위를 한 기업도 제재금을 부과하면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국가·지자체의 경우 경미한 위반행위에 대해선 과징금 부과 시 입찰 참가를 제한받지 않지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제재금 제도가 없어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동일 위반행위라도 발주기관별마다 제재의 형평성이 다른 셈이다. 앞으로 공기업·준정부 기관 발주계약에도 제재금 제도를 도입해 위반행위 수준에 따라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발주 기관의 입찰 관련 정보 공개 시점을 앞당겨 기업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발주기관은 입찰 정보를 입찰 전일까지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만일 공개가 늦어질 경우 기업은 입찰 준비 시간이 부족해지는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정부는 현행 입찰 관련 서류 교부 시점을 ‘입찰공고일부터 입찰등록마감일’에서 ‘입찰공고일에 모든 정보 제공’으로 개선해 서류 검토 시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민간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기재부의 역할 중 하나”라며 “지난 1년간 업계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하고 현장 조사를 통해 상당 부분 과제를 발굴한 만큼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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