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이태훈 기자 | 일본에서 현직 총리를 겨냥한 테러 추정 사건이 발생했다. 기시다 총리를 비롯해 현장에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아베 전 총리가 총격으로 숨진 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일본 열도가 큰 충격에 빠졌다.
NHK와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 30분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현장 시찰을 마치고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에 현장에서 큰 폭발음이 났다. 폭발물 투척 사건은 기시다 총리가 이날 오전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 사이카자키 어항(漁港)에서 생선 시식 행사 후 보궐선거 지원 연설을 나서려는 순간 일어났다.
목격자들은 한 남성이 은색 짧은 쇠파이프처럼 생긴 물체를 던진 후 하얀 연기와 함께 폭발음이 났다고 증언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은 일본 효고(兵庫)현에 거주하는 기무라 유지(24)로,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혐의는 ‘위력업무방해’이며 용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NHK에 “20∼30㎝ 정도 길이의 쇠파이프 같은 것이 날아와 기시다 총리로부터 1m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에 떨어졌다”며 “무엇이 폭발한 것인지 몰랐지만, 만약 그것이 바로 폭발했다면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지 모른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다른 목격자는 “(폭발물을) 앞에서부터 4~5번째 줄에 서 있던 검은색 옷을 입은 한 남성이 던졌다”며 “(폭발물을 던진 게) ‘이 사람이다’라는 소리와 함께 바로 옆에 있던 50대 어부 2명이 용의자를 제압했고 경호원들이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NHK 방송 영상을 보면 폭발은 용의자가 제압된 후 발생했다.
소동 직후 경호원들은 기사다 총리를 감싼 채 현장에서 대피시켰다. 기시다 총리는 일단 와카야마현 경찰본부에 대기하다가 오후 들어 와카야마시 소재 JR와카야마역 앞에서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기시다 총리는 약 20분 동안 진행한 가두연설에서 사이카자키 어항 폭발물 투척 사건에 대해 “심려와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지금 중요한 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나라의 주역인 여러분의 마음을 선거에서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오는 23일 후반부 통일지방선거와 5개 선거구의 참·중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지에서 선거유세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작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 중 총격으로 사망한 데 이어 이번에는 현직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테러 추정 사건이 발생하자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기간에 이런 폭거가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당의 아즈미 준 국회대책위원장도 “기시다 총리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선거 중 가두연설 중인 정치인을 폭력으로 공격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어떤 이유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