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수비 꼴찌 키움…에이스 나온 날 개과천선할까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눈부신 투혼을 펼치고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던 키움 히어로즈의 2023시즌 출발이 심상치 않다.

한화 이글스와 개막 2연전에서 승리해 순조롭게 시작하는 듯했지만, 최근 5연패에 빠져 3승 6패로 리그 8위까지 내려갔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해도, 지난해 KBO리그 타격 5관왕이자 올해 팀 주장을 맡은 이정후가 타율 0.172로 고전하는 등 여기저기서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현재 키움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팀 평균자책점 4.50으로 리그 8위에 자리한 마운드 사정도 썩 좋다고 보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타격과 수비 지표가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

12일까지 키움의 팀 타율은 0.236으로 삼성 라이온즈(0.228), 한화 이글스(0.224)에 근소하게 앞선 8위다.

그렇지만 타격 생산성을 좀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OPS(출루율+장타율)는 0.602로 꼴찌다.

이 부문 리그 1위인 LG 트윈스(0.774)보다는 2할 가까이 낮고, 순위표 바로 위에 있는 삼성(0.621)보다도 2푼 가까이 뒤처진 수치다.

이렇다 보니 키움의 팀 득점은 9경기 23점으로 이 또한 리그 최하위에 머무른다.

에이스 안우진이 2경기에 등판해 삼진 24개를 빼앗고, 평균자책점 0.69의 압도적인 투구로도 승리 없이 1패만을 거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키움은 연패가 길어지고 타선이 깨어날 조짐이 안 보이자 지난 11일 강병식 1군 타격코치를 1군에서 말소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2016년 말부터 줄곧 1군 타격을 담당해 온 강 코치를 시즌 초반 2군으로 보낼 만큼 구단 수뇌부가 현재의 타격 부진을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의미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일이 겹치다 보니 연패하고 있다. 반대로 연승할 때는 빗맞은 안타가 자꾸 나온다. 안 좋은 모습이 한꺼번에 나오니까 차츰 좋아지기를 긍정적으로 기대하려고 한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허술한 수비도 키움의 고민거리다.

12개의 실책으로 LG와 함께 리그 공동 최다인 키움은 LG보다 한 경기를 덜 치러 수비율은 0.963으로 리그 단독 최하위다.

키움의 시즌 팀 실점은 46점인데, 그중 자책점은 39점이다.

결국 실책 때문에 7점을 더 잃은 셈이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수비의 심각성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KBO리그 각종 야구 기록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키움의 팀 수비 승리 기여(WAA)는 -0.587로 리그 최하위다.

쉽게 말해 키움의 시즌 6패 가운데 오로지 수비 책임이 10% 정도인 0.6패 정도 된다는 의미다.

키움은 일단 연패를 끊는 게 급선무다.

12일 잠실 두산전이 미세먼지로 취소되자, 13일 잠실 두산전 선발을 12일 선발로 예고됐던 장재영에서 안우진으로 바꿨다.

시즌 초반 하위권으로 처지면, 따라붙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선발 일정 조정이다.

만약 에이스가 나온 날까지 타격과 수비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키움의 연패는 더 길어질 우려가 있다.

4b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