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국인 대상 창업경진대회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KSGC)’에 참가한 외국인 여성 창업자들이 프로그램의 멘토로 나선 국내 액셀러레이터(AC) 소속 한국인 남성에게 수차례 성희롱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성 창업자들은 KSGC 사무국에 관련 사실을 전달하고 해당 인물에 대한 빠른 조치를 촉구했다. 하지만 사무국은 한 달을 훌쩍 넘겨서야 그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출입을 금지했다. 그전까지 문제의 인물과 여성 창업자들은 같은 공간을 써야만 했다.
정부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위해 해외 인력·자본을 국내 유치하는 글로벌 인바운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정부의 늑장·미온 대응은 한국을 향한 외국인 창업자들의 불신을 키워 인바운드의 동력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뺨에 키스하고 택시 강제 동승 시도 등 여러 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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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국내 AC 소속의 A씨는 지난해 8월 초 시작한 KSGC에서 외국인 창업자들의 성장을 돕는 멘토로 참여했다.
2016년 시작한 KSGC는 우수한 해외 창업자를 선발해 한국에서의 창업 활동을 돕고 투자유치 기회를 제공하는 정부의 대표적인 인바운드 사업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운영을 맡고 있다.
KSGC에 선발된 해외 스타트업들은 프로그램 기간 한국에 머물며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3개월여 동안 KSGC와 협약을 맺은 AC로부터 다양한 액셀러레이팅을 지원받는다.
문제의 A씨는 KSGC와 직접적으로 협약을 체결한 AC의 소속이 아니었다. 그는 KSGC 공식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AC의 소개를 통해 이번 프로그램의 멘토가 됐다.
외국인 여성 창업자들이 KSGC 사무국에 A씨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난 1월 말이다. 이들은 A씨가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뒤풀이 행사 때 갑자기 뺨에 키스하고, 택시 강제 동승을 시도하는 등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여성 창업자들은 A씨가 KSGC 프로그램에서 우월적인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당장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고 왔기에 투자유치 등 앞날을 생각하면 고소·고발 등 강경 대응을 선택할 순 없었다고 한다.
KSGC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NIPA 측은 A씨를 멘토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문제가 제기된 지 한 달여 지나서야 조치가 이뤄져 이들은 계속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별다른 법적 대응도 없었다. 일련의 과정에 실망한 여성 창업자들은 한국을 떠났다.
NIPA 관계자는 “내부 검토와 조사를 거쳐 A씨는 완전히 배제했고 출입도 삭제했다. 2월 말에서 3월 초쯤 조치했다”며 “외국인 여성 창업자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즉각적으로 빠르게 조치는 못한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번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NIPA의 조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A씨는 빠졌지만 그가 소속된 AC는 남아있다. 여성 창업자들은 해당 AC 자체와 함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 “글로벌 인바운드 사업 전반적 재정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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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인물로 지목된 A씨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NIPA 관계자는 “A씨와 우리 쪽 담당자가 그 일로 통화를 했다. 모르는 상황이 아니다. 어떤 사유로 자신이 제외됐는지 모른다고 하는 건 발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를 KSGC 프로그램에 소개해준 AC 관계자는 “KSGC 사업 자체는 8년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정 1명이 일으킨 문제로 그 취지가 훼손되면 안 된다”며 “굉장히 실망했다. A씨 같은 사람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힘쓸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국인 창업자 보호를 위한 교육 마련을 비롯해 운영 매뉴얼 구체화, 위법 사항에 대한 강력 조치 등 글로벌 인바운드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바운드 분야를 연구해온 한 창업지원기관 관계자는 “외국인 창업자의 장기적인 정착을 돕는 후속 보육 프로그램과 함께 인바운드 운영이 가능한 AC의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다양성을 이해하고 외국인을 지원할 수 있는 AC를 투명하게 선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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