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 정원 2.2배 탑승…내년 9월에야 추가 열차 투입
(김포=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지옥철’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에서 승객들이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며 쓰러지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김포골드라인은 두량짜리 ‘꼬마열차’이지만 출근 시간대면 정원보다 배 이상 많은 승객이 몰리면서 위험천만한 순간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용객들은 압사 사고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 정원 2배 이상 탑승…’호흡곤란’ 쓰러진 승객
지난 11일 오전 7시 50분께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호흡곤란 증상 등을 호소하며 쓰러져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들은 승객들로 빽빽한 전동차를 타고 김포공항역에 도착했으며, 하차 직후 호흡곤란과 어지럼 증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포골드라인에서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한 승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폭설이 내린 지난해 12월 21일에는 전동차에 타고 있던 한 여성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했고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포도시철도 관계자는 “출근 시간대 전동차 혼잡도가 심하다 보니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승객이 종종 나오고 있다”며 “대부분은 금방 증세가 호전됐다”고 전했다.
최근 출근 시간대(오전 7∼8시) 고촌역∼김포공항역 구간에서는 전동차 안에 정원 172명의 2.2배에 달하는 370명가량이 탑승하면서 압사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포골드라인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이달 들어 “압사 사고가 언젠가는 터질 것처럼 보여요”, “출퇴근 시간에 너무 숨쉬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밀어대면서 타는데 골드라인 타면서 호흡곤란 올 것 같아요” 등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사업비 1조5천86억원이 들어간 김포골드라인은 2019년 9월 개통 직후부터 승객 과밀 민원이 잇따랐으나 좀처럼 해결책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면 2량짜리 전동차는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채워지고 승객들은 옴짝달싹 못 한 채 사방에서 누르는 압력을 참아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김포도시철도는 승객 과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월 24일부터 출근 시간대 전동차 배차 간격을 조정하는 조치를 시행했으나, 3월 들어 학교 개학에 따라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별다른 효과는 내지 못했다.
지난 2월 김포골드라인의 출근 시간대 일평균 승객 수는 7만7천여명이었으나 3월 들어서는 7만8천여 명으로 1천명가량 증가했다.
◇ 잦은 고장에도 시달리는 김포골드라인…승객 불안
김포골드라인은 또 잦은 고장에 시달리면서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동차는 2019년 운행 시작 전부터 떨림 현상 등 결함이 확인되면서 안전성 검증을 위해 2차례 철도 개통이 연기됐다.
그러나 개통 이듬해인 2020년 5월에도 전동차가 2차례 멈춰서는 등 고장 사례가 잇따랐다.
급기야 2020년 12월 21일에는 퇴근 시간대 전동차가 ‘종합 제어장치’ 고장 때문에 갑자기 멈춰서면서 승객 600여명이 1시간가량 열차 안에 갇힌 채 큰 불편을 겪었다.
당시 승객들은 열차 선로 가운데에 있는 대피로를 따라 2㎞가량을 걸어서 비상 대피 구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때 일부 승객은 호흡 곤란이나 불안 증세를 호소했다.
2021년 1월에는 전동차가 장애물 감지 장치와 비상 제동 장치 문제로 10여분간 멈춰서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23일과 25일에도 출근 시간대 전동차가 고장 나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지난 2월 14일에는 철도 종합관제실에서 불이 나 열차 운행이 최대 1시간가량 중단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꼬마열차에 몰리는 이용객…내년에야 추가 열차 편성
김포골드라인이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운영비·인력 부족과 조직 운영 미흡 등이 꼽힌다.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김포골드라인운영은 김포시로부터 연간 250억원을 받고 철도 운영과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데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김포시가 경영컨설팅 전문업체에 의뢰해 진행한 연구용역에서도 김포도시철도의 운영비가 다른 경전철의 34∼51%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애초에 출퇴근 시간대 서울 통근 수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철도를 건설한 탓에 혼잡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비나 도비 지원 없이 한강신도시 교통 분담금과 김포시 예산으로만 노선 건설을 하다 보니, 특정 시간대 집중되는 이용객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포골드라인 역사 승강장도 2량짜리 꼬마열차 기준으로 건설돼 열차 규모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포시 인구가 각종 택지개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서울 연결 교통망은 확충되지 못한 탓에 김포골드라인으로 승객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도 있다.
김포와 서울을 연결하는 48번 국도와 올림픽대로의 차량 정체가 심하다 보니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 수단으로 교통 수요가 분산되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김포시는 전동차 21편성(42량)으로 운행하고 있는 김포골드라인에 내년 9월 6편성(12량)이 추가로 투입되면 승객 과밀 현상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동차 추가 편성 때까지 혼잡도를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김포시 관계자는 “안전시설을 보완하고 질서 유지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사고 발생을 예방하고 있다”며 “역사와 연결되는 버스 노선도 신설했으나 시민들이 정시성 때문에 철도로 몰리다 보니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천기 한강신도시총연합회 회장은 “정원의 2배가 넘는 승객들이 이용하면서 큰 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어 답답하다”며 “김포를 연결하는 철도·도로망 조기 착공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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