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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외인 잔혹사 진짜 끝? 오스틴 “저주 깨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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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저주(LG 외인 타자 잔혹사)를 깨부수러 왔다. 나는 그걸 깨부수고 내년에도 재계약을 하고 싶다.”

LG 트윈스의 외인 잔혹사가 드디어 끝나는 것일까. 실력도 마인드도 남다른 외국인 타자가 올 시즌 LG 유니폼을 입게 된 것 같다. 바로 7경기만에 KBO리그 시즌 1호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된 오스틴 딘(29)의 이야기다. 오스틴은 ‘LG 외인 타자 잔혹사’의 저주를 깨부수러 왔다며 올 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LG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3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 9회 말 나온 오스틴의 끝내기 적시타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삼성과의 주말 시리즈에서 2승을 먼저 거두고 위닝시리즈를 확보하는 동시에 3연승을 내달렸다. 시즌 5승 2패의 성적으로 승률 7할(0.714) 고지를 넘어섰다.

끝내기 영웅 된 오스틴 딘, LG 잔혹사 깨러 왔다!

 사진(잠실 서울)=김원익 기자
사진(잠실 서울)=김원익 기자

오스틴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1-0으로 앞선 9회 초 마무리 투수 이정용이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자칫 경기가 연장전으로 흘러갈 수 있었던 흐름을 승리로 바꿔놓은 히어로는 이날 벤치에 있었던 오스틴이었다.

경미한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이날 선발 출전하지 않았던 오스틴은 2사 주자 1루 상황 송찬의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상대로 오스틴은 1B-1S의 볼카운트에서 3구째 가운데로 몰린 144km 직구를 빠른 스윙으로 받아쳐 우측 방면의 적시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깊은 타구를 지켜보며 베이스를 달리면서도 팔을 흔들며 기뻐했던 오스틴은 끝내기 주자 김민성이 홈을 밟자, 모자를 집어 던지고 펄쩍 뛰며 몰려나온 선수들과 함께 환호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오스틴은 “어느 시점이면 경기에 투입될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무리하지 말고 간결하게 편하게 임하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고, 주자인 김민성이 최대한 쥐어짜서 달릴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 그걸 해줬다. 동료를 믿고 ‘그냥 치고 나가자’는 생각 밖에 없었다”며 끝내기 안타의 상황을 설명했다.

오스틴은 지난해 8월 트리플 A 소속으로 끝내기 만루 홈런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처럼 여러 차례의 끝내기 경험이 있지만 KBO리그에서 LG 소속으로 친 첫 끝내기 안타는 자신의 커리어에도 손에 꼽을 순간이라고 했다.

오스틴은 “몇 번 친 적이 있는데 가장 최근에 쳤던 게 작년에 미국에서 친 끝내기 만루 홈런이었고 오늘 친 것이 아마 끝내기 안타 가운데 무조건 TOP5 안에는 들어갈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전까지 정규시즌 경기에서 개막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안타를 기록했지만 타점은 1개 밖에 없었다. 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오스틴은 “오지환이 엔트리에 있었을 때 ‘너를 대신해서 내가 타점을 내주겠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언제간는 타점이 나올테니까 무리하게 나만의 이득을 위해서 타격하는 대신에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나 말고도 다른 8명의 타자가 더 있기 때문에 그들도 타점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어떻게든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며 정규시즌에서의 마음가짐들을 설명했다.

오스틴 이전 LG는 수많은 외인 타자들이 실패를 거듭하며 ‘LG 외인 타자 잔혹사’를 겪었다. 이를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오스틴은 “저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사람이 네게 DM으로 알려줬기 때문”이라며 웃은 이후 “그렇지만 나는 그 저주를 깨부수러 왔기 때문에 그걸 깰 것이다. 또 한국야구가 너무나 마음에 들기 때문에 올해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내년에도 돌아와서 재계약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올 시즌 활약 이후 오랫동안 LG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물론 마음고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범경기 타율 0.194에 그치며 다시 ‘먹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오스틴 역시 “시범경기 동안은 ‘나 자신을 보여줘야겠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너무 스트레스가 많았다. 나 스스로는 이것보다 잘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게 안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신적인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한 이후 “그래도 수비나 베이스러닝은 잘 되면서 타격만 안됐기에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조금 더 천천히 나를 보여줄 수 있게 하자’는 걸로 마음을 바꿔 먹으면서 조금씩 올라왔다”고 했다.

이런 부진에 LG의 일부 열성적인 팬은 오스틴의 SNS에 댓글을 남기거나 직접 메시지를 보내 이런 오스틴을 질타하기도 했다. 팬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오스틴은 웃으면서 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오스틴은 “분명히 성원이 되는 메시지도 있고 미움을 받는 메시지들도 있었다. 그 중에는 ‘10타석에 들어가서 안타 1개 밖에 못치는 게 야구 선수냐’는 이런 심한 말도 듣긴 했는데 어디까지나 그들도 내게 관심이 있어서 그런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닐까”라며 “항상 응원을 받고 싶지만 그래도 나는 어디까지나 야구선수로서 겸손하게 팀에 좋은 순간을 함께 하는 그런 선수이고 싶다”고 했다.

 사진(잠실 서울)=김원익 기자
사진(잠실 서울)=김원익 기자

자신의 응원가에도 완전히 매료됐다. 오스틴은 “굉장히 마음에 든다. 이게 뭔가 특별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특별함이어서 마음에 든다”며 활짝 웃은 이후 “요즘에 조금 중독돼서 맨날 집에 가면 아들한테 불러주고 있다. 아들의 이름 ‘달라스’로 바꿔서 편곡해서 말이다”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미 ‘한국 문화’에도 흠뻑 적응한 오스틴이다. 8일 경기 종료 후에도 오스틴은 120도로 1루 홈관중석의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오스틴은 방송 인터뷰 이후 팬들 앞 수훈선수 인터뷰에서도 ‘LG 파이팅’을 큰소리로 외치며 ‘한국어 패치(?)’가 다 된 듯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상대팀의 외국인 선수이지만 삼성의 호세 피렐라가 펜스에 몸을 부딪히면서 수비를 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오스틴도 다짐한 게 있다고 했다.

“이전에는 피렐라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굉장히 열정적이고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최근에 펜스에 부딪히는 그 모습을 보면서는 부상을 당하는 그 모습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팀을 위해 헌신하면서 팀 승리를 위해 한 몸을 바치는 그런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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