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까지 코로나19 백신을 해외 평균 구매 가격보다 약 24% 더 비싸게 주고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평균 구매가 대비 1조4000억원가량을 더 얹은 6조9547억원에 백신 2억6270만회분을 확보했다. 이렇게 백신을 구입했지만 접종 수요가 줄고 백신이 남으면서 그 중 8.4%인 2200만2000회분(약 5800억원 규모)의 백신을 버리거나 해외에 나눠줬다. 정부는 올해도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할 예정인데 신규 백신 구입 시 적정 금액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단 입장이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국민의힘)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만6270만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 구입처별 백신 수량은 △화이자 1억2749만회분 △모더나 5445만회분 △노바백스 4000만회분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회분 △SK바이오사이언스 1000만회분 △코백스 퍼실리티 735만회분 △얀센 341만회분이다.
이 백신을 구입하는데 정부가 쓴 돈은 6조9547억원이다. 연도별로 △2020년 2223억원 △2021년 4조5161억원 △지난해 2조2163억원이다.
백신 구입에 든 비용을 구입 백신 수량으로 나눠 계산한 평균 백신 구매 단가는 1회분당 2만6474원이다. 한국은행의 2020~2022년 평균 원달러 환율(달러당 1205.68원 적용)을 감안해 보면 백신 1회분당 평균 약 22달러다.
외신 등을 통해 알려진 백신별 평균 가격을 정부가 구입한 백신 수량에 맞춰 계산하면 2억6270만회분 구매에 드는 비용은 5조5899억원으로 추산된다. 백신별로 적용한 가격은 △화이자가 20달러(평균 19~20달러) △모더나 20달러(평균 15~25달러) △노바백스 16달러 △아스트라제네카 4달러(평균 3~5달러) △SK바이오사이언스 2만원(추정치) △코백스 퍼실리티 10.55달러 △얀센 10달러다.
해외 평균 백신 가격과 비교했을 때 정부가 지난해까지 약 24%인 1조3648억원가량을 더 비싸게 주고 코로나19 백신을 구입한 셈이다.
게다가 정부는 구입한 백신 중 8.4%인 2200만2000회분을 폐기하거나 해외에 공여했다. 평균 구매 단가 적용 시 약 5800억원 규모다. 지난해까지 폐기한 코로나19 백신은 전체 구입 백신의 4.5%인 1176만2000회분으로 약 3100억원어치다.
이에 정부가 늑장 대응과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1조원 이상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많다. 2020년 3월 백신 개발이 시작될 때 영국과 미국 등은 선구매를 계약했지만 그해 7월이 돼서야 뒤늦게 구매 협상에 나서면서 비싸게 백신을 들여왔다는 것이다. 2020년 11월 유럽연합(EU)과 영국,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들이 백신 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보도됐을 때에도 우리 정부는 그 어떤 제약사와도 코로나19 백신 선구매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였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구매 단가는 제약사와 체결한 계약상 비밀유지조항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상황과 변이 대응 백신의 개발 여부 등을 고려해 신규 백신 구매 필요 시 제약사와 협의를 통해 적정 금액으로 구매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질병청은 올해 1500만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151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백신 구입 관련 선금만 편성한 예산이다. 올해 화이자, 모더나 등이 코로나19 백신 가격 인상을 예고해 백신 구입 가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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