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풍력 발전 모터 등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 자석의 공급망을 통제하기 위해 자석 제조 기술 수출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일본이 7월부터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23종의 수출을 규제하기로 하는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개편 움직임에 맞서 중국이 전기차 소재 기술을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요미우리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산업 기술의 수출 규제 품목을 담은 ‘중국 수출 규제·수출 제한 기술 목록’ 개정안에 네오디뮴, 사마륨 코발트 자석의 제조 기술을 추가하기로 하고 의견 청취에 들어갔다. 이르면 연내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네오디뮴은 전기차 모터의 핵심 소재로, 현 기술로는 다른 소재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세계 시장의 84%를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한국 내 중국산 네오디뮴 점유율도 88%에 이른다. 중국은 채굴, 분리, 정제, 생산 등 모든 단계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 수출 금지가 현실화하면 한국, 일본 등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
중국의 전기차 소재 기술 수출 금지 검토는 세계적인 탈탄소화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전기 동력화 산업 확대에 대응해 이 분야 패권을 잡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이 제조 기술 수출을 금지하면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중국 의존도가 지금보다 더 심해져 세계 시장 전체를 중국이 좌우할 수 있다.
신문은 “시진핑 정권은 자석을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전략 물자로 보고 있다”며 “시 주석은 국제사회의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높이도록 지시했고, 자석 제조 기술의 수출 금지도 그 목적으로 분석된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태양광 패널의 재료가 되는 실리콘 등의 수출 금지도 검토하고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은 2일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이 첨단 반도체 장비 23종에 대해 대중 수출 규제를 하기로 한 것에 대해 “미국은 과거 일본의 반도체 산업에 잔혹한 압박을 가했는데 이번엔 중국을 상대로 그 낡은 수법을 쓰고 있다”면서 “일본은 위호작창(爲虎作伥)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위호작창은 ‘나쁜 사람의 앞잡이를 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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