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연초까지 200원가량 급락한 원/달러 환율이 2월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130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환율이 국내보다는 대외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한동안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1301.9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연저점(2월2일, 1220.3원)보다 80원 이상 높고 연고점(3월10일, 1324.2원)보다는 20원 이상 내린 수준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국내 요인보다 대외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비롯된 ‘뱅크데믹'(Bankdemic·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 공포가 외환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실제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달 13일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22.4원 급락했다. SVB 파산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지목되면서다. 이에 연준이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지 않을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퍼졌고 위험 선호 심리가 되살아났다.
그러나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SVB 사태가 대서양 건너 스위스로 번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이 10원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은행발 리스크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에 나서면서 외환시장도 다소 안정세를 보였다.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베이비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자 지난달 23일 원/달러 환율은 30원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지난 2월16일(1284.8원) 이후 한 달 여만에 1280원대로 내렸다.
하지만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로 유동성 위기감이 퍼지며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00원대 위로 올라섰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8일 105.66까지 치솟더니 같은달 말에는 102선까지 내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환시장 변동성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뱅크데믹 우려가 현재진행형이어서다. 실제 SVB에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은 CS, 도이체방크를 거쳐 찰스 슈왑으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찰스 슈왑은 미국 최대 증권사 겸 자산운용사다. 전문가들은 찰스 슈왑의 파산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시장의 과도한 우려는 그 자체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오현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의지 약화 등으로 달러 강세가 진정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환율 불안요인은 여전하다”며 “미국 지방 및 중소은행 예금인출 우려 등 은행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수출부진과 무역적자 개선 지연에 따른 환율 반등 가능성은 원/달러 환율 하단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브레이크 없는 달러화 독주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하반기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현상은 연준의 독보적인 긴축 속도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유로존의 에너지 수급 이슈 및 침체 우려, 파운드화 폭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여서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은 “중기적으로 물가에 치중했던 연준의 정책 스탠스가 경기 침체 및 금융 불안과 점차 균형을 맞추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상고하저’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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