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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께는 할 말이 없죠”, 야구계가 새겨야 할 한화 주장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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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주장 정우람. /사진=뉴스1
한화 이글스 주장 정우람. /사진=뉴스1

[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한화 이글스 주장을 맡은 정우람(38)의 눈빛이 빛났다. 시범경기를 1위로 마무리했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기대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숙였다. 팬들에 대한 한마디를 부탁한 직후였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시절엔 3차례 정상에 올랐으나 한화로 이적 후 가을야구를 경험한 2018년 제외하면 나머진 늘 하위권이었다. 지난 30일 KBO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만난 정우람은 “팬들께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시즌 개막 전부터 각종 사건·사고·논란이 야구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이날 열릴 개막전 5경기는 전부 매진이 예상된다. 프로야구를 향한 팬들의 무한한 애정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렇기에 정우람의 한마디가 개막을 앞둔 프로야구를 돌아보게 만든다.

42번째 시즌을 맞는 프로야구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많은 팬층을 자랑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우승과 2006,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선전 등을 기점으로 야구 붐이 일었고 프로야구 관람이 하나의 문화 생활로 정착하며 열기가 끓어올랐다. 2016년부터는 3년 연속 800만 관중 시대를 맞으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경각심이 부족했다. 마치 그 인기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 듯 싶었다. 야구계에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국제대회에서 부진도 이어졌다. 팬들은 서서히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9년 현장을 찾은 야구 팬은 직전해에 비해 80만 명 가까이 줄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풍이 불었고 관중수 제한, 야구장 내 취식과 육성 응원 금지 등과 맞물리며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식어갔다.

시범경기부터 많은 팬들이 현장을 찾았다. /사진=뉴시스
시범경기부터 많은 팬들이 현장을 찾았다. /사진=뉴시스

올 시즌을 맞이하는 야구계가 더 비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위드 코로나’ 국면에 접어들며 일상 생활에서 마스크 의무 규정도 사라진 뒤 맞는 시즌이다. 이제 관중들은 마음껏 소리를 높여 응원하고 ‘치맥’을 즐기며 야구를 관람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조한 흥행이 이어진다면 과거에 비해 야구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구 인기 부활을 위해 수장자리에 오른 허구연 KBO 총재가 수차례 강조했던 국제대회 성적에서부터 기대와 어긋났다. 2023 WBC에서 대표팀은 3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야구 팬들을 실망시켰다. 정우람의 발언이 오버랩된다. 그가 고개를 숙인 이유도 바로 한화의 부진한 성적에 때문이었다. WBC에 참가했던 선수들도 하나 같이 팬들을 향해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고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동시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와 달리 야구 팬들은 부진한 경기력 하나만으론 대번에 등을 돌리지 않았다. 시범경기, 특히 유료 예매로 운영된 주말 경기에도 예상보다 많은 관중들이 찾으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선수단의 사과와 반성의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했을 터.

그러나 끝을 모르고 터져나오는 사건·사고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개막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관련 범죄 혐의로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것이 알려졌고 장정적 KIA 타이거즈 단장은 선수 계약 협상 과정에서 수차례 뒷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으로 야구 팬들을 공분케 했다. 롯데와 KIA는 곧바로 방출과 해임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야구계를 향한 팬들의 실망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개막 하루 전날엔 핵폭탄급 이슈가 연이어 터졌다. 이날 검찰은 KBO를 압수수색했다. KBO 간부가 중계권 이권을 두고 혜택을 주는 대가로 금품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더불어 수도권 한 구단의 온라인 불법 도박 내용이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된 것까지 확인돼 기대감으로 부풀어야 할 프로야구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우람의 말처럼 팬들에게 할 말이 없는 야구계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애정을 가져주는 팬들에 무한한 감사의 뜻을 갖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 프로야구가 달라지는 기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화려하게 막을 열 개막전과 달리 싸늘하게 식어버린 팬심과 함께 시즌을 마감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머니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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