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 있는 입담 속 승리욕 발동…’절친’ 박진만 삼성 감독과 훈훈한 덕담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가을야구에 만날 것 같은 팀을 두 개씩 골라달라’는 질문이 나오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선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마운드가 탄탄한 LG 트윈스와 kt wiz가 6표씩 받은 가운데 마지막 차례인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한 표도 받지 못한 채 마이크를 들었다.
이 감독은 다양한 방송 경험을 살려 “냉정한 평가 감사합니다”라는 ‘예능감’이 넘치는 답변을 해 미디어데이를 찾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나머지 감독들도 이 감독의 말에 미소를 보였다.
이 감독은 30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에서 ‘초보 감독’답지 않은 입담을 뽐냈다.
지난해 정규시즌 9위에 그친 두산을 맡아 강훈련과 함께 2023시즌을 준비한 이 감독은 간곡한 목소리로 “우리 선수들을 믿어 달라”며 “저희는 열심히 준비했고, 두산 팬들께 감동을 주는 야구, 포기하지 않는 야구, 기본을 지키는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승리욕의 화신이었다.
그를 ‘아시아 홈런왕’으로 만든 건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승리욕이었다.
이제는 프로야구 감독이 돼서 첫 시즌을 앞둔 터라 승리욕은 더욱 불탈 수밖에 없다.
“프로에는 승리만 존재한다. 비장한 각오로 시작하지만, 시즌이 끝났을 때는 안도의 웃음 지을 수 있게 하겠다”는 이 감독의 말에서 어렵지 않게 간절함을 볼 수 있었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지난해 대행을 거쳐 정식으로 사령탑에 올라 미디어데이가 처음이다.
이 감독에 바로 앞서 ‘가을야구 예상’ 답변을 한 박 감독은 이강철 kt wiz 감독이 유일하게 삼성을 포스트시즌 후보로 거론하자 “주변에서 삼성을 하위권으로 지목해서 한 표도 안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이강철 감독님이 말씀 해주셨으니 kt와 LG 트윈스가 우리와 같이 가을야구 할 거 같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이 감독과 박 감독은 1976년생, 올해 47세로 동갑내기 사령탑이다.
현역 시절에는 같은 팀에서 동시에 뛴 적은 없지만, 국가대표로 여러 차례 한국 야구의 하이라이트를 합작했다.
미디어데이가 처음인 두 명의 사령탑은 서로에게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박진만 감독은 어릴 때부터 대표팀에서 자주 만난 훌륭한 선수였다. 선수 때부터 영리했고, 저보다 훨씬 코치 경험도 풍부해서 이제는 (제가) 도전자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 역시 “젊었을 때부터 인연이 있었고, 현장에서 만나 야구 이야기를 하면서 ‘현장에 오면 좋은 결과 낼 것 같다’고 예상했다. 두산처럼 삼성도 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그걸 극복하기 위해 훈련으로 준비했다”고 화답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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