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충성하는 직원일수록 무보수로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실험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충성도 있는 직원은 착취의 대상이 된다’는 제목의 연구가 올라와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 경영학과의 매튜 스탠리, 크리스 넥 교수 등이 진행한 연구다.
회사가 당장에 급하면…충성도 높은 직원을 시키게 된다
연구팀은 회사 내에서 ‘충성’과 ‘착취’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약 1400명의 참가자를 모아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각자 A 회사의 경영진이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뒤 ‘존(John)’이라는 가상의 직원을 관리하도록 했다.
A 회사의 경영 상태는 넉넉하지 않다. 한정적인 예산으로 직원들을 쥐어짜며 무급으로 일을 시켜야 하는 상황을 줬다. 존에게 “무보수로 며칠간 저녁 늦게까지 일하게 하거나, 직무와 상관없는 일도 시켜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존에 대해 각기 다른 힌트를 줬다. 한쪽에는 “존이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이라며 충성도를 강조했고, 다른 한쪽엔 “존이 정직하고 일을 공정하게 하는 일반 직원”이라고만 밝혔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을 더 많이 무보수 잔업에 투입했다. 이른바 ‘열정페이’가 충성도 높은 직원에게 몰리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성실한 직원→열정페이→”충성도 높네”…충성과 착취의 악순환
반대 상황에서도 눈에 띄는 결과가 나왔다. 참가자들은 ‘무보수 일을 수용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했다.
즉 충성도 높은 직원에게 무보수 일을 시키게 되고, 그럼 그 직원은 더 충성스러운 직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이는 다시 더 많은 무보수 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충성과 착취의 악순환 고리 양상이다.
연구팀을 이끈 스탠리 교수는 “충성스러운 직원이 착취당할 경향이 있고, 그 일을 할 때 충성스러운 직원이란 평판이 높아져 미래에 또 (착취적인 일에) 뽑힐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충성심이 있다면, 회사를 위해 개인적인 희생도 감수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스탠리 교수는 “이 연구 결과로 사람들에게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말라’고 제안하고 싶진 않다”며 “우린 충성스러운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 이건 정말 까다롭고 복잡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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