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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숨져가는 사람들]①형제들 부재중 전화 남기고…노인 혼자 삶을 마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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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전화 5통.” 지난 22일 기자가 경기 안양시의 낡은 연립주택. 쓰레기 냄새도 아닌, 낡은 건물의 쾨쾨함만도 아닌, 역한 냄새가 나는 이곳에서 일주일 전 70대 남성 A씨가 홀로 사망했다. 집 안에서는 A씨의 휴대전화가 충전되고 있었다. 전화기를 켜 보니 형제들로부터 부재중 전화 5통이 와 있었다. 가족이 있었지만 그의 삶은 고독하게 끝났다. 시신 수습 후 이 집을 청소하러 온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 김새별 대표는 “고독사한 사람들이 정말 세상에 혼자 있던 건 아니다”며 “고독사가 일어난 집의 청소를 맡기는 사람은 대부분 망자의 가족이다”고 말했다.

A씨는 지병 악화로 갑자기 숨진 듯했다. 싱크대에는 미처 설거지를 하지 못한 그릇들이 있었다. 창문 밑에 달린 커다랗고 하얀 달력은 ‘2023년 3월’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시신으로 누워 있던 보료의 머리맡에는 큰 봉지에 담겨 있는 건빵, 발밑에는 고혈압 약이 있었다. 베개에 각혈 핏자국이 선명했다.

그는 지나간 달의 달력을 오려 메모장으로 썼다. 건설현장에 나가서 받았던 일당과 구매한 식재료 목록, 지인들의 전화번호 등이 잘라 놓은 달력 뒷장에 적혀 있었다. 청소 중 집안 여기저기에서 구겨진 로또와 연금복권이 계속 나왔다.

김 대표는 “고독사는 대부분 빈곤한 장노년층이 당한다”며 “유가족도 대체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특수청소 비용을 두고 난감해 하거나 가족끼리 타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동안 고독사로 세상을 뜬 사람은 3378명이다. 고독사는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8.8%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가족이다. 최초 발견자는 형제·자매, 임대인, 이웃주민 순으로 많다. 국내 1인 가구는 2018년 584만가구에서 2021년 716만가구로 늘어나고 있어, 정부는 고독사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거지도 못하고 갑작스러운 고독사…쓰지도 못한 컵·내복·등산화·낚시 릴 나왔다

청소를 하는 김 대표가 옷장과 서랍장을 밀어놓을 때마다 방바닥에는 자욱한 먼지, 벽에는 곰팡이가 슬어있었다. A씨는 깔끔한 성격이었던 듯, 낡은 집이지만 살림살이는 정리정돈되어 있었다. 특수청소업체 사람들은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물건을 구분했다. 돈과 반지 등은 따로 작은 박스에 모았다. 텔레비전 옆 서랍장에는 더덕 담금주가 있었다. 술병 뚜껑에는 ‘2022년 4월11일’이라고 적혀있었다. 담금주는 쓰레기봉투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고인에게는 소중했겠지만,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유품은 돈이나 사진 위주”고 말했다.

혼자 살던 집이었는데 짐이 끊임없이 나왔다. 바지 하나는 허리춤 고무줄이 문지르면 없어질 정도로 삭았다. 쓰지 않은 그릇과 컵, 신지 않은 등산화, 입지 않은 내복, 포장지를 뜯지 않은 낚시 릴도 나왔다.

김 대표는 “고독사가 발생한 집을 청소하면 망자의 인생이 보인다. 도박에 빠졌던 사람의 집에서는 화투패와 담배꽁초가 수두룩하게 나오고 술독에 빠졌던 사람의 집에는 술병들이 굴러다닌다”며 “공통점은 1인 가구임에도 짐이 산더미라는 것이다. 빈곤한 탓에 물건이 아까워 버리질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판까지 걷어내고 김 대표는 방독면을 썼다. 마지막 소독 처리를 하기 위해서다. 소독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시신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 소독으로 6시간의 청소가 끝나자, 김 대표는 유가족에게 유품을 가져가라고 전화를 했다.

김대표는 “고독사하는 사람들은 이웃과 왕래 가 드물어서 숨지고도 오래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부가 고독사 위험이 높은 독거 가구에 대한 보호 관리를 더 철저히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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