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과 1차전서 팀 최다 22득점…공격 점유율도 2위
(천안=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권영민) 감독님이 꼭 미치는 선수가 나오면 좋겠다고 하셨다. 내가 그 ‘미친놈’이 될 거다.”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한국전력)은 프로배구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밝힌 자신의 각오를 코트에서 경기력으로 증명하고 있다.
프로 3년 차인 임성진은 이번 시즌 주전으로 도약해 팀의 정규시즌 4위에 힘을 보탰고, 지난 22일 우리카드와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는 승부 분수령인 4세트에서 맹활약해 3-1 승리를 이끌었다.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PO)에서는 처음부터 팀의 주역으로 나섰다.
주포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컨디션 난조로 코트와 벤치를 들락날락한 사이, 임성진은 사실상 에이스로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22점을 내 팀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공격 성공률도 54.5%로 나쁘지 않았다.
공격 점유율은 타이스(30.5%)에 이어 팀 내 두 번째(25.2%)였다.
준PO가 끝난 뒤 “(서)재덕이 형과 타이스가 많이 때리다 보니 체력이 떨어지는 게 보여서 내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한국전력은 1세트부터 5세트까지 모두 2점 차 혈투를 이어간 끝에 현대캐피탈에 세트 점수 2-3으로 1차전을 내줬지만, 임성진의 활약만큼은 발군이었다.
수치로 드러나는 활약상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큰 몸짓으로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은 ‘미래의 에이스’로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했다.
권영민 감독은 현대캐피탈전이 끝난 뒤 임성진에 대해 “리시브도 잘했고, 공격도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잘했다”면서 “다만 블로킹을 더 잡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임성진은 현대캐피탈전에서 6개의 블로킹 가운데 1개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블로킹 개수로만 따지면 미들 블로커인 신영석(16개), 박찬웅(7개) 다음으로 많았다.
리시브 개수는 24개로 리베로 장지원(34개)에 이어 팀 내 2위였고, 디그 성공은 10개로 장지원과 공동 1위였다.
이처럼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활약한 프로 3년 차 임성진을 두고 감독이 칭찬과 함께 ‘아쉽다’고 표현한 대목에서 그를 평가하는 기준이 올라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11개의 범실로 프로에 데뷔한 이후 한 경기 최다를 기록했어도, 그만큼 자신 있고 과감하게 공격했다.
3전 2승제 시리즈에서 먼저 첫판을 내준 한국전력은 26일 안방인 수원체육관으로 돌아가 2차전을 치른다.
‘수원의 왕자’ 임성진이 지금껏 보여준 활약상을 이어간다면, 한국전력은 역대 17차례 PO에서 두 번밖에 없었던 ‘1패 뒤 2승’을 노려볼 수 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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