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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프랑스 파리는 공사 중 그리고 계속되는 파업과 시위

daldal부부 조회수  

글. 사진 DalDal

2023년 프랑스 파리는 공사 중

그리고 계속되는 파업과 시위

우리가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한 건 3월 7일이었다. 비행기가 취소되는 것은 아닌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노심초사하다가 무사히 탑승을 마치고 이륙하는 순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대 규모의 시위와 함께 대대적인 총파업을 선언한 당일의 입국. ‘멈춰진 프랑스’로의 발걸음은 사실 가볍지만은 않았다. 14시간의 비행에 퉁퉁 부은 발을 억지로 운동화에 욱여넣고 드디어 프랑스 공항에 발을 내디뎠다.

3월 7일 샤를드골 공항, 문 닫은 면세점

파업의 여파 때문인지 오후 4시인데도 새벽 4시 같은 무거운 고요함이 감돌고 있었다. 화려했던 면세점들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3월 7일 샤를드골 공항, 텅텅 빈 입국장

언제나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던 공항 복도며 입국장도 그야말로 텅텅 비어있었다. 정말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덕분에(?) 속전속결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도장 쾅! 즐거운 여행 되라는 심사관의 인사말에 힘입어 시내로 향해본다. 이제 숙소까지 무사히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CDG 공항에서 파리 시내로, RER 티켓

평소보다 많이 축소되긴 했지만 시티맵퍼로 조회해 보니 RER 열차와 버스, 지하철 등이 운행되고 있었다. 역시 걱정이 과했던 걸까? 택시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줄기 빛이 내리는 기분이었다. 원래 목적지인 샤틀레알 RER 역까지는 파업의 여파로 한 번에 갈 수 없어서 전 정류장인 북역에 내려 숙소까지 택시를 타기로 했다.

* RER 티켓 1인당 11.45유로

* 북역에서 1구에 있는 숙소까지

택시비 13.50유로(미터기로 측정)

파업과 시위가 있는 당일에도 대중교통은 일부 운행되는 편이다. 다만 버스의 경우 시위대를 피해 노선을 우회하면서 정차하지 않는 정류장이 생기고, 도로 정체로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지하철은 위험에 대비해 폐쇄되는 곳도 더러 있었다. 당일 시티맵퍼나 RATP 앱에 공지되는 대중교통 이슈를 꼼꼼히 살펴보고 이용하시길 당부드린다.

RER B노선 열차

RER 열차 내부

파리는 다른 걸 공사하고 뜯어고칠 게 아니라 RER 좌석부터 전면 교체했으면 좋겠다. 오염되고, 뜯어지고.. 멀쩡한 의자가 하나도 없다. 이런 게 도시의 첫인상을 결정하지 않나? 짐 때문에 앉아있긴 했지만 가는 내내 영 찝찝한 마음이었다.

파리는 공사 중

샤요궁부터 에펠탑, 샹드막스 공원까지 전부

샤요 궁에서부터 에펠탑까지 이어지는 잔디와 분수, 에펠타워 뒤로 펼쳐지는 샹드막스 공원의 잔디까지 모두 펜스로 막아놓고 곳곳에 보수공사 중이다. 2024년 예정된 올림픽 때문인지 지금 파리는 도시 전체가 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잔디밭에 돗자리 깔아놓고 낭만 철근을 바라보며 피크닉 하려던 나의 로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현재의 에펠은 멀리서 볼수록 아름다우니 참고하시길.. 그래도 낮보다는 노란 불빛이 켜진 밤 풍경은 볼만하다. 어둠에 공사현장이 가려져서 ^^;

루브르 외벽, 튈르리 정원의 카루젤 개선문

피라미드가 있는 중앙광장 쪽은 멀쩡하지만 시내 쪽 루브르 외부는 전반적으로 공사 중이었다. 건너편 튈르리 정원의 카루젤 개선문도 완전히 막아놓은 상태..

뤽상부르 궁전과 분수대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복원공사 중

2019년 화재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금도 열심히 복원공사 중이다. 가운데 첨탑과 동쪽 입구가 완전히 소실된 걸 볼 수 있다. 아쉽게도 당분간은(아마 꽤 오랫동안) 성당에 입장할 수 없을 거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입구 앞을 서성이며 노트르담의 복원 현장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었다. 얼른 이전의 모습을 되찾길 바라며..

오페라 가르니에 전면 공사

아.. 그 예쁘던 가르니에가.. 역시 외벽 공사 중이다. 앞쪽만 이렇게 막아놓은 거라 입장은 후면으로 할 수 있다. 발레, 현대무용 등 공연도 여전히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지난 파리 여행에 웬만한 곳을 다 가보았고 본래의 예뻤던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언제 이런 파리를 만나보겠냐며 공사현장 사진을 하나둘씩 모으면서 정신승리의 시늉을 내본다. 그런데 만일 이번이 첫 파리 여행이었다면..? 얼마나 아쉽고 실망스러웠을까 ㅠㅠ 파리와의 첫 만남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올림픽 이후로 일정을 변경하는 걸 매우 강력히 추천한다.

파리는 파업 중

ⓒ AFP 연합뉴스

3월 7일부터 거리의 청소부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이후로 수거가 계속 지연되면서 특히 활발히 영업 중인 식당과 카페 앞으로 쓰레기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여행하는 동안 골목을 걸을 때마다 안 그래도 좁은 보도에 흘러넘치는 쓰레기 더미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뭐, 거의 전쟁 참호의 수준이랄까..

주요 관광지 외에도 도시의 오래된 건물들 곳곳이 외벽 공사 중이라 비계가 설치되고, 쓰레기는 넘쳐나고 사람이 걸을 공간이 없어 도로로 밀려나기가 일쑤였다. 대중교통과 기차, 페리, 비행기, 정유(주유소) 파업도 여행과 밀접한 수단이지만 쓰레기는 또 다른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는 시위 중

여행하는 내내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이렇게 우르르 출동하면서 긴장감도 조성하고.. 우리는 7일 오후에 파리로 들어가 11일부터 13일까지는 노르망디 지역으로 피신, 그리고 부득이하게 원래 일정보다 앞당긴 14일 밤에 파리를 빠져나오면서 절묘하게 시위를 피했다.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시위로 인한 어려움을 피부로 접하지 않을 수 있었다.

* 7일 총파업, 전국 약 350만 명의 대대적인 시위

* 11일과 15일 추가 파업과 시위

ⓒ 연합뉴스

프랑스 시민과 많은 시의원들이 연금 개혁안을 열렬히 반대하는 가운데 16일, 마크롱 대통령은 결국 49-3법안을 발동했다. 표결과 상관없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법안을 통과시켰음을 말한다. 소식을 들은 프랑스 시민들은 분노했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후로 며칠 동안 예고에 없던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 AFP 연합뉴스

프랑스 야당이 마지막 카드로 내놓았던 내각 불신임안에 대한 표결도 부결 – 결국 완전히 연금 개혁안은 통과되었다 – 로 마무리되었던 20일 밤에는 파리 시내 곳곳에서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에 불을 붙이며 저항하는 시민들과 물 대포와 최루탄으로 대응하는 경찰.. 이날 폭력 시위로 240여 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234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전해졌다.

ⓒ 조선일보_정철환 특파원

3월 23일 프랑스 전역에서 또 한차례의 총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어 있다. 여러모로 지금은 프랑스를 여행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지금 프랑스에 있는 분들은 아래 홈페이지에 미리 업데이트되는 파업 관련 소식들을 파악하고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마련하시길 바란다.

https://www.cestlagreve.fr/

daldal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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