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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잔은 건강에 좋다?…아닌데, 한국인들 이런 오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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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정도야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서울에 사는 최모씨(29)는 일주일에 2~3번은 꼭 술을 마시는 애주가다. 최근 주류업계가 마셔도 살이 안 찌는 ‘제로 슈거’(저칼로리)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최씨는 술을 마시는 즐거움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씨는 “과음이 아닌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직장생활로 쌓였던 스트레스 해소에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됐던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음주율(최근 1년간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한 성인 비율)은 57.4%로 2007년(56.7%)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코로나19의 엔데믹화에 따라 음주가 전처럼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소주가 때로는 건강에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두 잔 음주, 때로는 약이다?”

국립암센터가 21일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전국 7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음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에 가까운 46.9%는 “한두 잔의 음주는 건강에 별 문제가 없다”고 봤다. 10명 중 2명(18.0%)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장 건강한 습관은 소량의 음주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량의 술마저 암으로 사망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는 제시된 바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고현영 교수와 코호트연구센터 류승호·장유수 교수팀에 따르면 하루 0.1~10g 음주자, 10~20g 음주자는 비음주자 대비 암 사망 위험이 1.67배, 2.4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10g은 소주잔 1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술이 WHO 산하 기구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33.6%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술이 석면·카드뮴·비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발암물질이란 사실을 모른다는 얘기다.

한국인은 왜 술에 대해 그닥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걸까. 이는 주류업계가 포스터 등 광고에 인기 있는 연예인을 등장시키면서 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대해 국립암센터는 “술 광고나 음주 장면에 노출될 경우 청소년의 음주 시작 시기가 앞당겨지고 음주 소비가 촉진될 수 있다는 다수 연구 결과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음주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 이번 설문에 응답한 국민들은 정부가 음주 규제를 시행한다면 필요한 정책 1순위를 ‘술 광고 금지’(22.9%)를 꼽았다.

“한국, 주류 모델에 대한 규제는 없어”

보건복지부는 2021년 6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해 주류 광고를 금지하는 교통수단을 지하철 역사·차량 외 버스·지하철·택시 등으로 확대하고 건물 외벽·옥상의 전광판을 이용한 주류 동영상 광고를 할 수 없게 한 바 있다. 그러나 해외처럼 주류 모델에 대한 별도 규제는 없어 국민들의 금주를 이끄는 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25세 이하 모델이 주류광고에 출연할 수 없게 규제하고 있으며 영국은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모델, 캐릭터는 주류광고에 나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김병미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 부장은 “우리나라는 젊은층이 선망하는 아이돌이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주류에 등장시키면서 술이 마치 좋은 것처럼 홍보한다”며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라도 주류 모델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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